미국 대선 결과를 놓고 혼란이 이어지면서 한미 정상 간 첫 통화일정조차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남은 임기 내에 북미협상 재개와 ‘종전선언’까지 서둘러 추진하려는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와 외교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미국 대선 다음날인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중 누구와도 정상통화를 하지 않았고 당선축하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트럼프와 바이든 후보 모두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아직 2개의 시나리오를 손에서 놓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두 후보 중 누구 하나가 완전히 승복해야 정상통화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인과의 첫 정상통화 시기와 내용은 한국을 비롯해 모든 나라에 중대한 외교전략으로 통한다. 첫 통화를 언제, 어떻게 하느냐가 미 대통령 임기 4년간의 양국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중 차기 당선인과 가장 빨리 통화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입지가 흔들리던 상황에서도 미국 대선 바로 다음날인 지난 2016년 11월10일 트럼프 당선인과 10분 남짓 통화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동맹관계를 강화·발전시켜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트럼프는 “100%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11월5일 당선을 확정 지은 버락 오바마 당선인과 이틀 뒤인 11월7일 통화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 전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이미 긴밀한 한미관계를 한층 더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고 이 전 대통령은 “전통적 동맹관계를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로 발전시켜나가는 데 뜻을 함께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2012년 대선 확정 일주일 만에 통화를 했다. 조지 W 부시 당선인은 재검표 문제로 논란을 겪은 탓에 당선 확정 자체가 2000년 12월13일로 늦춰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확정 사흘 뒤 처음으로 통화했다. 2004년 부시 대통령이 재선됐을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축하전화를 했다. 1992년 당선된 빌 클린턴 당선인은 대선 9일 후 김영삼 전 대통령과 첫 통화를 나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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