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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호남’·홍준표 ‘영남’…선거 필승전략 누가 맞나?

통계청 인구조사 및 동향 기준

최근 50년 서울 인구 유입 분석

김종인 "호남의 한 풀어야 한다"

홍준표 "우리 지지층이 아우성"

서울시장 선거 전략 따져보니

서울시장 선거, 金 ‘산토끼’·洪 ‘집토끼’ 논쟁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서울경제DB




보수진영의 유력 정치인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 위원장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내년 4월 서울특별시 시장 재보궐선거 전략을 두고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취임한 후 일찌감치 호남(광주·전남·전북) 공략을 알렸다. 광주 5·18 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고, 이달 다시 찾아 “제2의 고향”, “호남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며 구애에 나섰다.

홍 의원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하는 모습들이 가관”이라는 관전평을 냈다. 그는 “(재보궐선거는) 열성적인 지지층만 투표장으로 향한다”며 “호남에 가서 벼락치기 공을 들인다고 호남 분들이 보궐선거 때 우리 당으로 즉시 돌아오겠느냐”고 비판했다. “우리 지지층들이 아우성”이라며 집안 단속(부산·대구·경북)부터 하라는 게 홍 의원이 진단이다.

정치권은 내년 4월 재보선, 특히 인구 1,000만 명의 서울시장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패배하면 곧바로 ‘레임덕’ 프레임을 마주할 위기다. 국민의힘이 지면 대선 승리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김종인의 ‘호남’과 홍준표의 ‘영남’. 선거 필승전략, 누구 말이 맞는지 따져봤다.

김종인 말 맞다…2000년 이전 서울로 온
호남사람, 영남사람보다 30만 명 가량 많아




김종인 위원장은 “호남을 잡아야 선거에서 이긴다”고 보고 있다. 서울 인구의 약 30%가 호남이 고향인 유권자라는 것이다. 보수 또는 범보수-중도진영이 호남사람들의 호감을 못 얻으면 서울 선거에서 못 이긴다는 시각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들 대부분이 민주당을 찍는다는 가정에서 나온 말이다.

2014년 선거 때 고(故) 박원순 전 시장(56.12%)은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후보(43.02%)를 13%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했다. 2018년 선거에서는 박 전 시장(52.79%)이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23.34%)와 안철수 후보(19.55%)의 합산(42.89%)보다 10%포인트가량 앞섰다. 선거 구도가 변하지 않았다면 야권 단일 후보가 적어도 10~15%포인트는 더 얻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5년 기준)’와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서울 인구 가운데 출생지가 ‘호남’이라고 밝힌 인구의 비율은 2015년 기준 14.8%다. 지역별로만 따지면 서울(47.9%) 다음으로 호남 사람들이 많다. 영남(12.7%)이 3위, 충청(9.2%)다. 출생지는 본인이 태어날 당시 부모님이 주로(병원·친정 등이 아닌) 거주한 장소가 기준이다. 정치권은 이에 대해 “부모, 자식까지 고려하면 30%는 호남사람”이라고 보고 있다.

기준을 달리해도 호남사람은 영남사람보다 많다. 1970년에서 2000년까지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호남에서 서울로 순유입(전입-전출)된 인구를 분석해봤다. 약 220만 명의 호남사람들이 서울로 옮겼다. 같은 기간 서울로 온 영남권 인구(약 187만 명)보다 33만 명이 많다. 물론 이는 1970년대에 서울로 온 사람이 2020년까지 쭉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1970년부터 30년간 호남에서 서울로 주민등록을 옮긴 사람의 숫자만 따져도 영남보다 중견도시 1곳만큼 많다는 것이다. 특히 고도성장기인 1970년~2000년에 서울로 옮긴 사람들은 자녀를 낳고 정착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이 선거를 위해 ‘호남’에 구애하는 행동이 일리 있는 것이다.
홍준표도 맞다?…2000년대 영남권 이동 역전
영남, 호남보다 최대 4배 더 많이 서울로 진출
문제는 홍준표 의원도 ‘맞다’는 사실이다. 서울로 유입되는 지역별 인구는 지난 2000년부터 역전됐다. 최근엔 영남에서 서울로 옮긴 사람들이 호남의 4배에 달한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 영남권에서 서울로 옮겨온 인구는 31만 3,000명가량으로 호남(28만 9,000명)을 앞질렀다. 2010년에서 2019년까지 서울로 주민등록을 옮긴 영남인구는 16만 6,000명으로 호남(4만 7,000명)의 네 배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연별로 따져봐도 계속된다.



더욱이 홍 대표가 말하는 ‘집안 단속’을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 전체에 적용해도 된다. 2016년 이후 수도권으로 옮긴 순유입 인구(15만 8,000여 명) 가운데 영남권에서 온 사람이 16만 8,000명으로 106%다. 호남(6만 명)의 약 세 배다. 2016년 이후에는 수도권에서 세종시 등 중부권(약 4만 6,000명)으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이 자리를 영남권 인구가 메우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영남권은 국민의힘, 호남권은 민주당에 투표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민주당이 싹쓸이한 수도권 선거구도가 시간이 갈수록 국민의힘에 유리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둘 다 틀려, 출생지는 ‘변수 중 하나’
교육·주거 등 선거구별로 독자적 성향 강해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구동향과 선거의 연관성에 대해 “다 틀렸다”고 진단했다. 출생지는 선거 당일 투표에 미치는 수많은 변수 중 하나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호남에서 많이 왔는데 서울 사람들이 왜 이명박(전 대통령)과 오세훈(전 시장)을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택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출생지는 그저 많은 선택지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선거에서 출생지에 따른 투표성향이 옅어졌다는 연구도 있다. 통계개발원에서 최우수논문으로 선정한 ‘집단 정치성향 변화의 공간적 구성(황재희·이성우)’ 연구는 2000년에서 2012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치러진 선거를 분석했다. 이 연구는 특히 호남인구가 민주당을 찍는 경향을 따졌는데 “청년층과 호남 출신 비중이 민주당 선호에 강하게 작용하는 선거구는 주로 경기 북동 지역인 수도권 외곽이고, 인접지역으로 확산돼 공간적 군집을 형성할 만큼 파급력을 지니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파악한 상경 사유(2013년 이후 집계, 2009~2013년은 소급 적용) 가운데 대부분은 ‘직업’(77.1%)이다. 교육(25.3%)과 주택(14.4%)이 그다음이다. 영남, 호남 등 출신지를 떠나 사는 지역에 닥친 문제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앞선 연구도 “출생지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약해지고 대신 선거구별로 독자적인 정치적 선호가 생겼다”고 결론냈다. 교육과 주거, 교통, 세금, 생활환경 등 출생지보다 중요한 변수는 따지면 더 많다. 특정 지역 출신이 많다고 해서 특정 정당을 찍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전문가들, ‘국민의힘’ 호남 전략 그래도 옳다
정착 영호남 인구는 ‘서울사람’ 정서적 유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서울경제DB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의 ‘호남’ 구애가 옳다는 의견을 냈다. 특정 지역을 등지면 대통령선거에서 이기기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4·15총선에서 호남 28개 지역구 중 12개 지역구에만 후보를 냈다. 총선 한 달 전인 3월 초엔 공천 신청자가 2명밖에 없다는 소식도 있었다. 당이 총선 기탁금 1,500만원 ‘전액 지원’ 조건도 내걸었다. 12명이 나갔고 당연히 당선자는 없었다.

반면 민주당은 김해에서 김두관 의원을 비롯해 7명(경남 3명·부산 3명·울산 1명)이 당선됐다. 현직 경남도지사도 민주당 소속인 김경수 지사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출생지가 영남이든 호남이든 서울에 와서 다 서울사람이 됐고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다”며 “그런데 특정 지역은 우리가 불리하니 후보도 안내고 신경도 안 쓰면 대통령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도 “대선에서 이기려면 특정지역을 향해 ‘표를 구걸한다’는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표를 얻지 못하면 대선에서 이길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부산과 경남, 대구와 경북 찾아 구애하기는 마찬가지고 이에 대해 누구도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계는 그저 참고용…지향점 달라 金 ‘서울 선거’·洪 ‘대선’에 방점


홍준표 무소속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서울경제DB


김종인 위원장과 홍준표 의원이 서로 딴 곳을 보기 때문에 전략도 다르다는 진단도 있다. 김 위원장은 호남 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겨야 국민의힘이 다음 선거인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만약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선거에서마저 패배하면 2017년 탄핵 국면과 같이 탈당과 분당 사태가 벌어질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홍 의원의 말대로 강성보수세력까지 똘똘 뭉쳐 승리하면 보수진영은 완전히 재건될 수 있다. 대안정당으로 인정받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정권탈환도 가능해진다. 설사 패배하더라도 당이 와해될 정도의 큰 분열은 막을 수 있다.

더 나아가 홍 의원은 정작 서울시장 선거 넘어 대선을 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대권 도전은 내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이후 분열한 보수우파가) 하나가 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선명한 정책을 앞세운 강한 야당으로 대선에서 민주당을 누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대선에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제1야당인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해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 경선은 여론조사도 못지않게 당원 투표가 큰 영향을 미친다. 대권을 위해 지지층(영남)을 결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에는 홍 의원이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과 따로 만나며 당내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는 시시각각 변하는 생물”이라며 “상황이 닥치기 전까지 (김 위원장과 홍 의원 가운데) 누가 옳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구경우·김혜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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