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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월의 斷想

설동성 군포시청 홍보기획과

설동성 군포시청 홍보기획과




1년 열두 달 가운데 어느 달이 가장 좋을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흔히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7월과 8월, 아니면 괜히 들뜨게 만드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있는 12월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좀 점잖은 축에 속한다면 봄을 즐길 수 있는 4월과 5월이나, 천고마비 시기로 사색하기 좋은 10월을 꼽을 것이다. 그러면 11월은 어떨까.

11월은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시기다. 하늘은 구름 한점없이 시퍼럴 때가 많다. 돌맹이 한 개 휙 던지고 싶어진다. 11월 말이 되면 늦가을이기도 하고 초겨울이기도 하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서 있는 셈이다. 11월 평균 기온은 7~8℃다. 사람 체질에 따라 서늘하거나 다소 춥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정신과 육체가 가장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때가 아닌가 한다. 똑같은 가을인 10월과는 다르다. 10월이 한창 때의 화려한 가을이라면 11월은 저물어가는 담백한 가을이다.

11월은 무엇을 해도 좋을 때다. 운동하기, 독서하기, 낮잠자기, 수다떨기, 심지어 요즘 말로 멍때리기를 해도 좋다. 11월을 즐기는 방법도 간단하다. 자연에 그저 몸을 맡기면 된다. 군포의 경우, 수리산이든 철쭉공원이든, 반월호수든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면 그만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이 아니라서 주변에 신경쓰지 않고 부담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자연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자연이 된다. 한마디로 자연과 사람의 혼연일체(渾然一體)다.



또한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11월의 날씨와 풍경이 뭔지 모르지만 감상에 젖게 만든다. 여기에 비라도 소리없이 내리면 감상은 더욱 진해지고 한 폭의 수묵화가 그려진다. 미국의 록그룹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가 부른 ‘November Rain’(11월의 비)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누구나 다른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 홀로 누군가와 함께.. 인간 본래의 모습인 듯 하다. 11월에 어울리는 곡이다.

월(月)의 명칭은 라틴어에서 기원한다. 고대 로마시대 초기에는 월이 10개였다고 한다. 지금의 3월부터 12월까지다. 겨울 1월과 2월은 월의 명칭없이 그냥 지나쳤던 것 같다. 지금의 11월(November)이 9월이었다. November도 아홉 번째 달이라는 뜻이다. 그 후 율리우스 케사르(Julius Caesar)가 지금의 1월과 2월을 추가하는 바람에 November는 9월에서 11월로 밀려나게 됐다. 이래저래 끝에서 두 번째다. 막내라면 그 의미가 남다를 수 있겠지만, 끝에서 두 번째는 위치가 애매모호하다.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취급받을 수 있다. 그래서 애착이 간다. 또한 대부분 월의 명칭이 고대 로마신화나 로마 수호신에서 비롯됐는데, 11월은 그렇지도 못했다. 11월이 소외감을 갖지나 않을까. 동정심이 간다.

1년 12개월 가운데 정체가 불투명한 11월, 계절상 애매한 11월, 월 자리매김에서 소외된 11월, 그래서 불쌍하기까지 한 11월. 이런 11월에 애착을 가져보자. 왜냐고 묻는다면 ‘자연과 사람이 가장 근본에서 가장 멋드러지게 뒤섞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연초부터 세상을 휘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어디 안심하고 나들이하기도 곤란하다.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수다떨기도 어렵다. 연초나 여름 휴가기나 지금 11월이나 상황은 비슷하다. 월별, 계절별 특색이 없다. 11월을 11월답게 지내지 못하게 하는 코로나19다. 내년 이맘 때는 수리산이든, 반월호수든 군포의 11월을 11월답게 그 정취를 몸과 마음으로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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