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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적재 "틀이 잡히는것 같다, 그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12일 두번째 미니앨범 '2006' 발표

적재가 12일 두 번째 미니앨범 ‘2006’을 발표한다. / 사진=안테나 제공




적재의 이름 앞에는 항상 ‘기타리스트’와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가 함께 붙는다. 어느 한 부분만 부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에게 잘 어울리는 수식어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많은 고민이 담겨있었다.

싱어송라이터 타이틀을 달고 돌아온 적재는 10일 안테나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두 번째 미니앨범 ‘2006’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17년 3월 발표했던 ‘파인(FINE)’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발표하는 미니앨범이다. 그동안 싱글이나 OST를 발매하며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피지컬 앨범 발매는 여러 가지로 큰 의미다.

“사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흐른지 몰랐어요. 오랜만에 앨범을 내는 것이다 보니 다른 분들과 협업을 하거나 새롭게 시도하는 것들을 싹 빼고, 제가 모든 곡을 직접 작사·작곡을 하고 가능한 한 최대한 저의 손을 거쳤어요. 올해 자이언티와 협업한 싱글 ‘개인주의’를 발표했었지만, 이번 앨범은 다섯 곡이나 수록된 미니 앨범이다 보니 그동안 제 노래를 기다렸던 팬들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드리는 기분이에요.”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서 올해 초에 앨범 믹스 작업까지 했었어요. 그런데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작업하느라 오래 걸렸죠. 의문이 있었거든요. 이게 맞나 싶었어요. 아쉬움이 가장 컸고 조금 더 잘 다듬고 싶었어요. 타이틀곡은 ‘최종’ ‘최최종’ 이런 식으로 16번까지 갔었어요. 마음에 들 때까지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오래 걸렸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스러워요.”

이번 앨범의 소개글에는 ‘가장 적재다운 음악’, ‘미니 1집의 연장선에 있는 앨범’이라는 표현이 있다. 적재는 미니 1집과 같이 자신의 손을 최대한 많이 거친 앨범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음악의 색깔을 하나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미니 1집 이후에 발표한 싱글 ‘타투’와 ‘하루’, ‘개인주의’에서 처음으로 제가 편곡에 손을 놓고 아예 다른 분에게 맡겼어요. 새로운 스타일 위에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걸 처음으로 경험해본 거죠. 그 기억이 너무 좋아서 이런 시도를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미니 앨범만큼은 제 손을 가장 많이 거친 그런 곡들로만 수록된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래서 글로 표현하다 보니 ‘가장 적재다운’이라고 된 건데, 저는 아직 저 다운 음악이 뭔지 머릿속에 확립되지 않았어요. 확립하고 싶지도 않고요. 장르나 색깔을 규정지으면 제가 그 안에서만 음악을 만들려고 할 것 같아요.”

타이틀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은 적재가 대학교 신입생이던 2006년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게 처음이고, 여러 가지로 부족한 시기였지만 적재에게는 가장 순수한 시절로 기억된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과거로 또 한 번 돌아가면 언제로 돌아갈래?’라는 질문 하나에서 이 곡이 시작됐다.

“사실 저는 20대 중반 때는 괴로운 기억만 있어서 미래만 기대되고, 더 열심히 해서 잘되고 싶은 생각만 들어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각이 바뀌게 됐죠. 기억은 미화되잖아요. 그때만큼 순수하게 음악을 잘하고 싶어서 노력했던 때가 있나 싶더라고요. 지금 기타리스트, 싱어송라이터로 생활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어떤 면으로는 이해관계나 돈 같은 것들이 얽혀 있잖아요. 사람들을 만날 때 그런 이해관계들을 생각하게 되면서 제일 순수하던 시기는 언제인가 생각하게 됐어요. 2006년이 가장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고, 그냥 사람이 좋아서 만나고 같이 어울렸던 그런 시기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가 가장 예쁜 시간들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적재 / 사진=안테나 제공


적재는 지난 9월, 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이 수장으로 있는 안테나 엔터테인먼트(이하 안테나)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기타리스트나 프로듀서로서 안테나 소속 가수 정재형, 루시드폴, 정승환, 권진아, 샘김 등과 오랜 시간 작업한 것이 인연이 됐다. 이번 앨범의 막바지 작업 중에 안테나로 들어오면서 함께 고민해 주는 사람이 늘었고, 좀 더 심혈을 기울이게 됐다.

“소속사에 들어오기 전에 곡은 완성돼 있었어요. 곡을 (유)희열 형님께 들려드렸는데 되게 담담하셨어요.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을 듣고 ‘이게 타이틀곡이 맞네’라고 해주시더라고요. 음악에 대한 코치는 거의 없고, 제작자의 입장에서 이곡을 어떻게 잘 홍보하고 메이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주셨죠. 저는 제작 쪽에는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 서툴거든요. 제가 하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잘 표현할 수 있는 점들을 많이 이야기해 주셨어요.”

적재가 안테나에 들어오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싱어송라이터와 기타리스트로서의 중심을 지키기 위함이 크다. 10여 년 전부터 김동률, 박효신, 아이유 등 굵직한 아티스트들의 기타 세션을 맡은 그는 2014년 앨범을 내며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했지만, 이후에도 세션 활동을 계속해왔다. 그는 소속 아티스트로서 케어 받을 수 있는 안테나에서 싱어송라이터로서 좀 더 두각을 드러내며 세션 활동까지 병행할 생각이다.



“두 가지를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병행하는 게 좋더라고요. 제 앨범에만 치우치면 장르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니까 다른 장르에 대한 갈증이 오기도 해요. 세션 녹음을 하게 되면 아티스트에 따라 곡도 다양하고, 작곡가들에 따라도 천차만별이라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거든요. 그 아이디어를 제 앨범에도 쏟을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가능하면 기타리스트로서의 삶과 싱어송라이터의 삶을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어요.”

다만 싱어송라이터 적재의 앨범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생겼다. 라이브 세션은 상황에 대한 제약이 많아 중단하기로 한 것. 그래서 오랫동안 함께했던 아이유 팀과도 지난 9월 아름다운 이별을 하기로 했다. 오랜 기간 아이유 콘서트의 세션으로 참여하며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아쉽기도 하지만, 이후에도 아이유가 이번 앨범에 대해 정성스러운 피드백도 전해주는 등 변함없이 절친한 관계로 지내고 있다.

“제 무대를 더 집중하고 잘 해야 한다면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난해 아이유 투어를 할 때 둘이서 이런 고민을 이야기 했었죠. 아이유도 ‘아무래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내년에 내가 큰 투어를 계획하고 있으니까 그때 마무리 지으면 어떠냐’고 했었어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마음먹고 있었는데 올해 코로나 때문에 못하게 됐어요. 그런데 이번에 아이유가 12주년을 맞이하면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아이유 특집을 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이 스케치북 공연이 큰 의미니까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하는 게 어떠냐’고 하니까, 흔쾌히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하더라고요. 마지막 공연에서 감정적으로도 그렇고, 최선을 다해서 연주했죠.”

“아이유에게 이번 앨범을 다 들려줬었는데 타이틀곡을 듣고 ‘이 음악이 가장 적재다운 음악’이라고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이유 씨는 워낙 잘 안 알려진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평소에 발표하지 않은 음악을 들려주면 성심성의껏 장문의 문자를 보내주죠. 리스너와 뮤지션의 중간 선상 어딘가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해줘요. 예를 들면 믹스에 대한 이야기나 노래에 대한 감정이라든가 이런 디테일한 것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곤 하죠.”

적재 / 사진=안테나 제공


적재는 일반 대중에게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세션, 배우 박보검이 방송에서 리메이크해서 화제가 된 ‘별 보러 가자’의 원곡자 등으로 유명했지만, 방송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아티스트였다. 그런 그가 지난해부터 JTBC ‘비긴어게인3’, ‘비긴어게인 코리아’ 출연에 이어 네이버 NOW 라디오 ‘적재의 야간작업실’ 호스트까지 맡으며 대중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비긴어게인’ 촬영할 때는 기타 치고 노래하느라 바빠서 못 느꼈는데, 촬영이 끝나고 나면 항상 제가 한 단계 늘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음향기기를 통해 듣는 노래 외에 바로 옆에서 우리나라 톱 보컬리스트가 있는 장소에서 같이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들으니까 실력적으로 느는 게 있더라고요. 더 이상 늘지 않을 것 같던 시기에도 계속 선곡하고 합주하는 타이트한 시간을 거치면서 단단해진 것 같아요. ‘비긴어게인’에서 눈물을 보였는데, 그날 이후로 씻은 듯이 고민이 해결되기도 했어요. 내가 괜한 고민과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싶었죠. 그 이후로 앨범 작업에 박차를 가하게 됐어요.”

‘야간작업실’은 절친한 가수 하성운이 호스트로 있는 ‘심야아이돌’에 게스트로 출연하다가 제작진의 제안을 받고 시작하게 됐다. 스스로 말주변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걱정을 안고 시작했지만, 적성을 찾은 것 같다며 연신 “재밌다”고 했다. 친한 아티스트들 뿐만 아니라 처음 만나는 아티스트와 음악 이야기를 하는 것이 생각의 전환을 주는 계기가 됐다고.

“소소한 일과를 보내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주변 뮤지션들과 합주하는 게 재밌어요. 모노트리 황현 작곡가 형과 ‘야간작업실’에서 곡 작업을 했다가 진짜 발표도 했는데 재밌었어요. 모르는 분들이 와서 얘기를 하거나 노래를 하는 것도 좋더라고요. 최근에 비투비 은광 씨, 창섭 씨가 나왔는데 제일 기억에 남아요. 두 분이 그렇게 재밌는 캐릭터인지 몰랐거든요. 너무 재밌고 노래도 잘하시더라고요. 같이 합주하는 분들과도 합이 좋게 놀다 가셔서 좋았어요.”(웃음)

“몇 년 동안 정체기였다는 생각이었어요. 연주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항상 틀 안에서만 생각하는 거 같아서 답답했는데, 이 앨범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할 때 제가 겪지 않았던 이야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야간작업실’을 통해 많이 접하면서 내가 겪지 않아도 공감이 안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제가 원래 뒤돌아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미래만 보고 달려오던 사람이었는데 (이번 타이틀곡처럼) 회상하는 노래를 썼다는 게 아직도 신기해요. 생각의 전환이 시작되면서 만든 앨범이다 보니 이 앨범을 계기로 ‘적재가 더 발전하고 틀이 잡혀가는 것 같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적재 / 사진=안테나 제공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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