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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휴대폰 비번 강제 공개법’은 위헌적 발상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압수된 자신의 휴대폰 비밀번호 공개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별도의 법까지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검언 유착’이라며 밀어붙인 수사가 벽에 부딪히자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신종 법안 실험에 나섰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법률로 특정인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 헌법 제12조에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비밀번호 강제해제는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 권리인 ‘자기부죄거부권’에 어긋난다. 이 법이 도입되면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기본적 방어권까지 허물어질 수 있다. 또 수사기관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어 개인정보들을 들여다볼 경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통신의 비밀’을 각각 보장한 헌법 17조와 18조에 위배될 수도 있다. 한 법조인은 “휴대폰에는 통화내역뿐 아니라 e메일·은행계좌 등 다양한 정보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해제할 경우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헌법가치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반(反)인권적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정의당조차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법무부 수장이 인권을 억압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겠는가. 추 장관은 인권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심야·장시간 조사 제한 등을 개혁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래놓고 위헌 논란이 큰 법률을 밀어붙이겠다니 개혁 주장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휴대폰 비밀번호 강제공개법’은 당장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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