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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봉투에 '식후 30분'이 사라졌다 [서지혜 기자의 건강한 육아]

복약지도 '식후30분' → '식후즉시'로 변화

서울대 2017년 "복약시간 준수가 환자에 부담" 발표 후 변화

이부프로펜 해열제는 식후에, 위장약은 식전에

식사 거르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는 게 바람직





“어떡해! 아이가 밥을 안 먹어... 약 먹여야 하는데”

신생아 시절부터 아이가 아파 약을 먹을 일이 생기면 가장 큰 고충 중 하나는 ‘밥’이었습니다. 아이가 분유나 이유식을 잘 먹지 않을 때는 약을 먹여도 되는 건지, 언제 먹여야 하는 건지 늘 의문이었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약국에서 받은 약 봉투에는 ‘식후 30분’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에 ‘밥을 먹이고 약을 먹여야 한다’는 생각인데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면 빈 속에 약을 먹여도 되는 건가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안 먹고 자주 아픈 아이’를 키울 때 종종 벌어지는 일이지요. 증세가 심각하지 않을 때는 약을 건너 뛸 때도 있었지만 코막힘이나 기침 등이 심할 때는 의사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물어볼 때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의사 선생님께서는 “분유에 타서 먹이세요, 밥에 뿌려서 먹이세요”라고 조언하셨고, 저는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데요’라는 대답을 도돌이표처럼 반복했죠.



같은 약인데 ‘식후 즉시?’…의사 선생님, 무슨 일이죠?




그런데 얼마 전 환절기 콧물 감기에 걸린 아이의 약을 먹이려다 봉투에 ‘식후 30분’이라는 안내 사항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대신 봉투에는 ‘식후 즉시’라는 새로운 문구가 등장했습니다. 밥을 먹인 후 30분 정도 소화가 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의아했습니다. ‘바로 먹는 것과 30분 후에 먹는 게 다른 걸까’하는 의문이 생겨 약국에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요즘에는 식후 즉시 먹는 쪽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어요, 그리고 위장약이 아니면 끼니를 거르고 먹여도 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복용법에도 추세가 있다니. 처음 듣는 말이었지만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사실이었습니다. 지난 2017년 9월 서울대 병원에서 ‘식사 후 30분’이던 복약 기준을 ‘식사 직후’로 변경한다고 밝힌 후 3년 여에 걸쳐 많은 병원들이 이 같은 복용법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당시 김연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외국에서도 식후 30분 복약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고, 식사 직후로 변경해도 환자에게 무리가 될 사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식후 30분이 지나서 복용하라고 할 때 오히려 약 먹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겨 환자가 시간을 지키는 일에 부담을 갖는 다는 게 이유입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 안전처 역시 지난 2017년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약 복용법인 ‘하루 세번, 식후 30분’은 약물에 의한 위장장애 부작용을 감소하는 동시에 약이 흡수돼 우리 몸 속에서 일정하게 약물 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식사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의약품을 복용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안내한 바 있습니다. 관행처럼 여겨지던 ‘식후 30분’ 복약법이 서서히 바뀌어 최근에야 자리 잡은 셈입니다.



‘이부프로펜’ 해열제는 식후·변비약은 취침 전…복용시간은 여전히 중요






그렇다고 약의 복용 시간을 모조리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식사를 거르더라도 위장 장애를 유발하는 의약품이 아니라면 정해진 시간에 따라 복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약의 복용시간은 식후, 식전, 취침전으로 나뉘는데요, 이 중 식후 복용해야 하는 약은 음식물이 있으면 약 효과가 높아지거나 섭취한 음식이 위점막을 보호해 속 쓰림 등 부작용을 감소할 수 있는 약입니다. 해열제 성분인 이부프로펜, 소염진통제에 쓰이는 디클로페낙, 철분제 등은 공복에 복용하면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식후에 복용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최근 초·중학생들이 많이 복용하는 오르리스타트 성분의 비만 치료제는 섭취한 음식으로부터 지방성분이 흡수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약이기 때문에 약효를 높이기 위해서는 식사와 함께 먹거나 음식물이 흡수되는 식후 1시간 이내에 복용할 것을 권합니다.

식전에 복용하는 약도 있습니다. 주로 음식물로 인해 약 흡수가 방해 되거나 약의 작용 기전에 따라 식사 전에 복용해야 약효가 잘 나타나는 약인데요,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골다공증치료제는 약 흡수가 음식물에 의해 방해되기 때문에 식사 1시간 전에 복용해야 하며 복용 할 때도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합니다. 복용 후 바로 눕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수크랄페이트 성분을 사용하는 위장약은 위장관 내에서 젤을 형성해 위 점막을 보호하기 때문에 식사 전에 복용하면 식사 후 분비되는 위산과 음식물에 의한 자극으로부터 위 점막을 보호할 수 있어 식사 1~2시간 전에 복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설포닐우레아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는 식사 전에 복용하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졸음을 유발하는 등의 이유로 취침 시 복용을 권장하는 약도 있습니다. 비사코딜 성분 등 변비약은 복용 후 7~8시간 후 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취침 전 복용해야 아침 배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는 복용 후 졸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성인의 경우 취침 전 복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또한 콜라, 주스, 커피 등과 함께 약을 복용하면 해당 음료가 위의 산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합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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