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ASEAN)+3 화상 정상회의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향해 “특히 반갑다”고 인사했다. 다자 정상회의에서 특정 국가의 정상만 콕 집어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스가 시대’를 맞은 일본과 경색된 한·일 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에서 화면을 통해 지난 9월 취임한 스가 총리와 처음 마주했다. 모두발언에서 “존경하는 의장님, 각국 정상 여러분”이라고 운을 뗀 문 대통령은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다”고 각별히 언급했다.
다른 회의 참여국인 베트남, 태국 등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중국의 리커창 총리에게 건넨 인사와는 달리 따로 호명하며 친근감을 표하는 스킨십을 취한 것이다.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일 협력 체제’를 강조하고 나설 공산이 큰 만큼 일본의 수출 규제 후 꽉 막힌 한일 관계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청와대와 정부는 대일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일본을 방문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스가 총리와 접견한 자리에서 이른바 ‘문재인-스가 공동선언’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가 서명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뒤를 이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스가 총리를 만나 “현안을 타결해 나가는 여건과 환경을 만드는 데 열심히 하겠다”고 밝히는 등 의원외교도 보다 활발해졌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화상으로 열린 제15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2021년 도쿄 하계 올릭핌’을 대화 재개의 모멘텀으로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됐던 것처럼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이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개최된다면 코로나19 극복과 평화에 대한 희망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2021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을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치러내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화 손짓에 스가 총리가 화답하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김진표 의원의 방한 요청에 스가 총리는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면서 강제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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