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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칼럼] RCEP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인하대 교수·국제통상학

中파워 견제·美 눈치 급급하던 日

22년만에 서명...印 막판 불참선언

韓에 환상적인 FTA수준 아니지만

기업엔 도움, 협정 조기 발효시켜야





지난주 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서명됐다. 지난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처음 동아시아의 경제협력을 논의한 이래 무려 22년 만에 첫 결실을 거둔 것이다.

당시 중국의 경제력은 일본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동남아 여러 국가에 분산 배치된 일본 제조업이 아세안(ASEAN)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었다. 자연스럽게 일본 주도로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13개 국가 간 동아시아 경제협력 논의가 진행됐다. 2001년 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중국의 경제와 무역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일본은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동아시아 경제협력 논의에 인도·호주·뉴질랜드 초청을 제안했고 중국이 제의했던 아세안+3(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대신 아세안+3+3(인도·호주·뉴질랜드) FTA 논의로 바꿨다. 이것이 오늘날 RCEP가 된 것이다.

중국이 RCEP 협상을 주도했다는 오해가 있으나 사실 협상 주도국이 없었다. 2012년 협상 개시 선언 후 1~2년 동안 일본의 역할이 있었으나 2013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결정하면서 RCEP는 일본 통상당국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은 시장개방에 소극적이다. 이런 국가는 결코 무역협상을 주도할 수 없다. 그런데 중국이 RCEP 협상을 주도했다고 한다. 미중갈등과 경제분리(디커플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협정 서명을 재촉했는데 이 정도로 협상을 주도했다고 하기 어렵다.

협상 막바지 일본은 미국의 눈치를 많이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체결한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비시장경제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비시장경제조항은 사실상 중국과의 FTA 체결을 금지하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밀착관계를 보였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수상은 결코 RCEP 협정에 서명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후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수상이 서명했지만 발효를 최대한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에 높은 경제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낮은 수준의 협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았을 뿐 아니라 회원국 간에 많은 양자 간 FTA가 이미 발효돼 있기 때문이다. 가장 덕을 볼 수 있는 국가는 일본이 될 수 있다. 낮은 수준일지라도 중국과 FTA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경제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메가 FTA라고 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국민총생산(GDP)의 0.5% 내외의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정도의 경제효과를 가진 협정을 메가 FTA라고 부르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외 경제가 어려워지고 대외통상환경이 최악인 상황에서 RCEP 체결은 의미가 있다. 아직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파악이 어려우나 기발효한 FTA를 일부 보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인도·중국 및 아세안과 체결한 FTA는 시장개방 수준이 낮고 포괄 범위가 좁다. 세계은행의 FTA 품질 분류 방식에 따르면 이들 협정은 중간 이하에 해당한다.

RCEP는 기발효 협정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였으나 상대국뿐만 아니라 국내 정책당국의 소극적인 입장으로 부분적인 개선에 그쳤다. 협상 당국은 우리나라에는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상대국 시장을 크게 개방시켰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상대 시장을 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개방해야 한다. 8년이나 지속된 협상 기간 RCEP의 시장개방이 국내에서 논란이 된 경우가 없지 않은가. 더구나 인도는 협상 막바지에 불참을 선언하고 협상장을 떠났다.

RCEP는 미중갈등과 무관하게 추진됐지만 미중갈등 구조가 더 악화해 진영 분리가 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협정 서명을 늦출 필요는 없다. 환상적인 메가 FTA는 아닐지라도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조기에 RCEP 협정을 발효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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