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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항공산업 재도약의 첫걸음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기고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위축됐던 우리 항공산업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그 첫 걸음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1조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키로 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항공업계로서는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양사의 합병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세계 항공업계의 전례를 보면 이는 불가피한 대안이다. 세계 항공업계는 9.11 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대형 항공사간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은 각각 3대 항공사 체제로 재편돼 세계 항공업계를 양분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말부터 ‘우리나라 항공운송산업의 경쟁구조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인구 대비 해외 출국자수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는 1개의 대형항공사(FSC)와 복수의 저비용 항공사(LCC) 구조가 적합하다고 주장해왔다. 양사의 합병으로 이 같은 우리 항공산업의 구조 재편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우리 항공운송산업은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었다. 환율과 유가 등 외생변수의 불확실성이 증폭되었을 뿐 아니라 미중 무역 갈등, 한일 무역 분쟁까지 겹치면서 체력이 저하됐다. 인천국제공항의 환승객수는 해마다 줄어 동북아 허브 공항의 위상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대두됐다.

이 때문에 양대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시장 점유율과 수익이 급락하고 있었다. 공급과잉으로 국내선과 중단거리 노선은 저비용항공사에, 장거리 노선은 인천공항의 슬롯(Slot)을 비집고 들어온 해외 항공사에게 치이며 경쟁력을 잃어가는 와중이었다.

애매한 포지셔닝도 문제였다. 대한항공은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경쟁력을 갖기에는 다른 글로벌 항공사에 비해 체급이 낮았고, 아시아나항공은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 사이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양사의 합병으로 우리 항공산업은 또 다른 전기를 맞게 됐다. 먼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 양분된 인천공항의 슬롯이 하나로 합쳐지며 환승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한항공의 슬롯 점유율은 24%, 아시아나항공은 16%였다. 단순 합산만으로도 40%의 점유율을 얻는다.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스케줄 경쟁력이 확대돼 환승 수요를 포함한 승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인천공항이 명실상부한 동북아 최고의 환승공항으로 재도약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미다.



대한항공-델타항공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의 수혜 범위도 커진다. 아시아나항공 노선도 조인트벤처의 우산 아래 들어올 수 있어서다. 미주를 출발해 인천공항을 거쳐 아시아 전역으로 연결되는 환승수요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도 간과할 수 없다. 양대 항공사가 합쳐져 세계 10위 수준의 대형 항공사로 거듭나면 항공기 구매 가격이나 임대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올해 10월말 기준 164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대한항공과 82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기재를 통합 운영함으로써 생기는 이점도 있다. 충분한 수요를 바탕으로 자체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설립할 수 있고, 훈련시설을 공유해 운영 효율성도 담보할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라는 부정적 요인은 상존한다. 하지만 양사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에서도 대형 화물기단 및 여객기의 화물칸(Belly Cargo)을 이용한 화물 수송 증대, 여객기의 화물 전용기 전환 등 혁신적인 발상을 통해 예상외로 안정적인 경영 실적을 거두고 있다. 게다가 올해 말부터 예상되는 백신 수송은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사가 코로나19를 버텨낸다면 현재 실적을 견인하는 화물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여객수요까지 보듬어 낼 수 있게 된다. 글로벌 톱 10 항공사를 넘어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항공사로 거듭날 가능성도 크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과감한 결정을 내린 정부의 결단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과거 한진해운의 파산을 통해 해운주권을 잃은 사례가 반면교사로 작용했을 것이다.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협력사 등을 포함한 10만여명의 일자리를 보전하겠다는 대한항공 경영층의 결단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호 소통하며 우리 항공산업의 생존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운 사모펀드도 항공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큰 목표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 항공산업의 새로운 페이지가 열렸다. 악재만 가득했던 우리 항공산업이 이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재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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