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조은산 "'문 대통령의 침묵', 명령과 다름없다…주인은 구경, 투견들만 싸워"

진인 조은산이 지난 27일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중앙일보 유튜브 캡처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치는 ‘시무7조’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정부를 꼬집었던 진인(塵人) 조은산씨가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27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아이 둘을 가진 평범한 30대 샐러리맨으로 전해진 조은산은 인터뷰에 나선 이유에 대해 “필부가 대중과 익명으로 소통하는 데 한계를 좀 느꼈다”며 “와이프와 상의해 용기를 냈다. 익명 뒤에 숨는다는 비판도 있고, 비겁함을 덜고 싶은 마음에 나섰다”고 밝혔다.

고어체, 반어법 등으로 화제가 된 필력에 대해선 “글은 취미로 썼고 따로 배운 적은 없다”며 “만화 삼국지 읽을 나이인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께서 이문열씨가 쓴 ‘삼국지’를 선물로 사주셔서 책을 끼고 살았다”고 했다.

직업과 전공을 놓고도 “전공은 글쓰기랑 상관없고 대학도 한 학기 다니다 관뒀다”며 “직업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공기’ 같은 직업, 평범한 월급쟁이”라고 전했다. 조은산이라는 필명은 “자연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지어주려던 이름으로 아명”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반항심이 좀 있고 불의를 보면 잘 못 참는” 성격이라고 소개한 조은산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처음으로 썼던 ‘다치킨자 규제론’도 “화가 나서 술 마시고 쓴 글”이라며 “부동산 정책 때문에 형의 이사 계획이 무산돼 화가 났는데 글이 또 비공개 처리돼서 더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치킨 브랜드 노출(명예훼손)을 이유로 비공개처리한 건 납득할 수 있지만 다음 글도 비공개 처리돼 또 썼다”며 “‘김현미를 파직하라’를 비공개 처리한 건 의도가 있다고 느꼈다. ‘정권에 반하는 청원 글은 이렇게 없어지는 구나’ 싶어 ‘시무 7조(3차 상소문)’를 또 썼다”고 했다.

‘시무 7조’를 쓰는 덴 보름이 걸렸다고 밝혔다. 그는 “직장 다니고 퇴근하면 아이랑 놀아주면서 써야 해서 오래 걸렸다”며 “없는 사실을 만들거나 확인되지 않는 걸 꼬집는 건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조은산이 올린 청원에 대한 답변 완료됐다. /청와대 국민소통 홈페이지


‘시무 7조’로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된 상황을 두고는 “청와대 대답이나 들어보자는 생각에 썼는데 40만명이 동의할 줄 몰랐다”며 “내가 누군지 알려질까 두려웠다. ‘밥그릇’이 깨질까 걱정됐다. ‘어느 직장 상사가 조은산을 부하로 두고 싶겠냐’는 두려움도 컸고 와이프도 무서워했다”고 술회했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을 찾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 명령을 발표한 상황과 관련해선 “대통령은 누구와도 안 싸우고 투견들만 싸운다”며 “주인은 가만히 구경만 한다. 대통령도 뒤에 목소리를 내야 할 땐 내야 한다. 뒤에 숨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침묵이 때론 많은 걸 설명한다”며 “(침묵은) 대통령 명령과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견’이 지칭하는 사람에 대해선 “다들 알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부동산 정책실패로 국민 목을 문 사람과 사법개혁 빙자해 검찰 목을 문 사람”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는 “모든 게 문제”라며 “계산 대신 청산이 목표다. 부동산 정책은 파급효과나 상관관계를 잘 계산해야 하는데, ‘다주택자는 적폐고 청산대상’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어 무주택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지금(전세난)은 아무것도 아니고 2~3년 후 전셋값이 감당될까 싶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아울러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의 ‘아파트 환상’ 발언을 놓고는 “서민들도 학군·교통·주변 환경·편의시설 필요한데 따져보면 안 되나”면서 “(진 의원) 보도된 사진 보니까 집 구조만 훑던데 그러면서 무슨 서민의 주거 질을 논하나. 배부른 부르주아의 섣부른 자비”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집값 안정이 먼저 돼야 임대주택도 의미가 있다”며 “임대주택은 잠시 거쳐 가는 정류장이다. 집값이 천정부지인데 ‘임대주택으로 주거복지 실현됐다’고 말하면 결국 평생 임대주택에서 살라는 건가. 내가 사는 집에서 쫓겨나는 것도 주거 불안정이지만 살고 싶은 곳에 못 사는 것도 주거 불안정”이라고 비판했다.

‘주 52시간제’와 관련한 홍남기 부총리의 무답변에 대해선 “들은 거나 마찬가지”라며 “본인도 주 52시간제 확신이 없는 거라 생각한다. 다른 여권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본질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미래주거추진단장이 24일 오후 SH공사의 청신호 프로젝트 2호인 서울 구로구 오류동 ‘숲에리움’ 행복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은산으로 글을 쓰면서 논쟁을 겪기도 했다. 그는 “임태주 시인과 글 주고받으면서는 정말 행복했다. 글이 정말 아름다웠고 논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박진영 민주당 부대변인이 진중권 전 교수를 두고 ‘예형’을 언급한 건 너무 잔인해 끼어들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금태섭 전 의원 탈당에 덕담 건넬 수 있는데 비꼬기에 못 참고 글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조은산은 “내 글로 화가 조금 풀렸다는 분들도 계신다”며 “스스로 발은 들였지만 이런 분들이 내 발길을 잡아끈다. 물론 나도 언젠간 잊히고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내 목소리에 힘이 실릴 때까진 감사한 마음으로 계속 목소리를 낼 생각”이라고 했다.

자신의 글이 흥행한 이유로는 “정치가 너무 팍팍하다. 비슷한 정치인이 특유의 말투로 비슷한 말을 주고받으니 환멸을 느낀다”며 “마음껏 비판할 공간도 줄어드니 이런(글을 통해 비판하는) 방식이 주목받는 게 아닐까”하고 바라봤다.

글이 어렵거나, 과시적·현학적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읽는 사람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맞다”며 “마땅히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만의 스타일로 글 쓰고 싶은 욕심도 있다. 잘 타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변했다.

정치적 성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여당 정책에 일부 찬성한다고 진보도 아니고, 여당 비판한다고 보수는 아니지 않나. 요즘엔 야당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긴 한다”면서도 “노무현 지지하다 민주당 비판하면 그럴듯하다. 지겹다고 말하기 전에 그 ‘지겨운 레퍼토리’가 왜 생겼는지부터 따져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정치에 눈독을 들인 적 있나’라는 질문에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은산은 “난 내가 쓴 글에 자부심이 강하다. 30대 애 아빠로, 평범한 월급쟁이로, 이런 글 쓴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며 “그런 제의가 들어올 리도 없겠지만, 글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헛된 욕심 안 부린다”고 강조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