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팝 뮤지션 테일러 스위프트가 11일(현지시간) 아홉 번째 정규앨범 ‘Evermore’를 발매했다. 지난 7월 전작인 ‘Folklore’를 내놓았을 때처럼 깜짝 발표다.
음반 유통사 유니버설뮤직코리아는 이날 스위프트가 9집 앨범을 발매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지난 앨범처럼 사전 홍보 없이 기습적으로 나왔다는 점이 이채롭다. 스위프트 본인이 앨범 발매를 16시간 앞두고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게 전부다. 그는 “오늘 밤 ‘Folklore’의 자매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을 알려주게 돼 기쁘다”며 “앨범 제목은 ‘Evermore’”라고 알렸다.
스위프트의 이번 앨범은 지난 7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 발매했던 ‘Folklore’의 연장선상에 있다. 리드 싱글인 ‘Willow’의 뮤직비디오부터 지난 앨범의 ‘Cardigans’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곡 작업을 멈출 수 없었다”며 “좀더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Folklore’라는 음악의 숲의 가장자리에 서서 고민하다가, 이 음악의 숲으로 좀 더 깊게 들어가는 쪽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작인 ‘Folklore’는 사색적 가사와 사운드로 평단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컨트리 뮤지션으로 출발해 팝으로 영역을 넓히며 다채롭고 화려한 사운드를 들려주던 것과 달리 악기 편성을 최소화한 채 차분한 포크 사운드를 선보였다. 가사 역시 사색과 자기성찰, 향수, 도피 등을 주제로 흘러갔다. 이에 내년 1월 열리는 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올해의 앨범’ 등 6개 상의 후보로 올라간 상태다. 대중적으로도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200에서 8주간 1위를 차지했고 연말결산 앨범차트에도 5위에 오르며 꾸준한 인기를 과시했다.
새 앨범의 사운드나 가사 역시 전작의 노선을 이어가되 좀더 자유분방하고 실험적 곡이 많다. 일부 곡에서는 EDM의 신디사이저, 오토튠, 전자적 비트 등의 사용이 눈에 띄지만 기조를 해치는 수준은 아니다. 스위프트는 “나는 이 이야기에서 발견한 현실 도피주의를 사랑했다”며 “당신이 삶에서 잃어버리고 또 발견하는 꿈의 풍경과 비극, 그리고 사랑의 서사시 같은 이야기를 환영하는 방식이 좋았다”고 말했다. 인디 밴드 더 내셔널, 포크 뮤지션 본 이베어, 프로듀서 잭 안토노프 등 전작에 참여했던 뮤지션들이 이번에도 함께 했다. 여기에 세 자매로 이뤄진 여성 록 밴드 하임이 ‘No body, No crime’을 피처링했다.
외신들도 전격적으로 발매된 스위프트의 새 앨범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생각보다 길어지는 와중에 매우 인상적 결과물”이라며 “그의 장르를 오가는 능력을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LA타임스는 연달아 나온 그의 앨범에 대해 “록 밴드 건즈 앤 로지즈의 1991년 ‘Use your Illusion’ 시리즈와 같은 슈퍼스타로서의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상당수 곡들이 전작을 만든 후 나머지들로부터 만들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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