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순한 반항아.’
형용 모순이지만 BMW 뉴 2시리즈의 그란쿠페를 설명하는데 이보다 적합한 표현을 찾기는 힘들어 보였다. BMW 2시리즈의 오랜 별명은 반항아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BMW 특유의 민첩한 운동성능을 뽐내는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란쿠페 모델이 나오며 차체가 커지고 구동 방식도 후륜에서 전륜으로 바뀌면서 2시리즈의 성격은 ‘펀 투 드라이빙’이라는 기본을 지키면서도 다소 온화하게 변했다.
지난 11일 서울에서 강원도 고성 일대까지 BMW 뉴 2시리즈 그란쿠페 218d 모델을 500㎞가량 시승했다. 뉴 2시리즈 그란쿠페는 BMW가 콤팩트 세그먼트에서 처음 선보인 4도어 쿠페로 준중형 세단 크기에 스포티한 디자인에 실용성을 갖춘 게 특징이다.
BMW 뉴 2시리즈 그란쿠페는 한눈에 보기에도 8시리즈 그란쿠페의 실루엣을 고스란히 따온 게 느껴졌다. 특유의 유려한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다만 차체 크기가 다른 만큼 존재감 측면에서는 8시리즈 그란쿠페를 따라잡기 어려워 보였다. 뉴 2시리즈 그란쿠페는 전장 4,525㎜, 전폭 1,800㎜, 전고 1,420㎜로 BMW 쿠페 모델 특유의 낮고 넓은 비율을 뽐낸다. 특히 후면부의 새로운 LED 리어 라이트와 이를 연결하는 블랙 하이글로스의 캐릭터 라인은 차 폭을 더욱 넓어 보이게 한다. 또 크롬 처리된 배기 파이프는 뉴 2시리즈 그란쿠페의 스포티한 특성을 강조한다.
본격적으로 달려봤다. 218d 모델은 예상보다 준수한 운동성능을 보여줬다. 트윈파워 터보 4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됐는데 최고 출력은 150마력, 최대 토크는 35.69㎏.m의 성능을 발휘했다. 복합 연비는 리터 당 14.3㎞다. 수치만 보면 LF 쏘나타의 디젤 모델인 1.7 e-VGT와 비슷한 수준이다. 차체가 더 작은 만큼 움직임은 보다 날쌔다.
전륜구동 차량의 특성인 언더스티어 발생도 덜했다. 뉴 2시리즈 그란쿠페에는 다이내믹한 주행을 돕는 액추에이터 휠 슬립 제한장치(ARB)가 탑재됐는데 ARB는 어떠한 주행 상황에서도 빠르고 민감하게 휠 슬립(미끄러짐)을 제어해주고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DSC)과의 연계를 통해 언더스티어를 최대한 억제한다는 게 BMW 측 설명이다. 이 덕분인지 커브가 심한 진부령 고개도 무난히 주행할 수 있었다.
1~2인 가구의 젊은 층을 공략한 모델답게 운전자 중심의 운전석은 매력적이었다. 엔진 스타트 버튼과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의 배치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센터 콘솔에 배치돼 조작이 간편했다. BMW 라이브 콕핏 프로페셔널은 10.25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와 고해상도 계기판을 통해 주행 중 필요한 정보를지속해서로 제공해 전방 주시를 할 수 있는 것도 안전 운행을 도왔다.
그러나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뒷좌석이 비좁아 4도어라는 점을 활용하기 어려워 보였다. 또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탑재됐지만, 차로 중앙 유지 등은 되지 않아 편의성이 높지는 못했다. 시승한 218d 모델의 가격이 4,720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지점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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