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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확보 늑장대응·거리두기 상향도 소극…K방역, 골든타임 놓쳐

11월 들어 확진자 2배 급증에도

한 달여간 거리두기 1단계 고집

확진·무증상 퍼진후에야 1.5단계

글로벌선 '백신 접종' 속도내는데

제약사와 계약 늦어 물량확보 비상





‘K방역’이 실기(失機)를 반복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기준을 충족해도 2~3일간 지켜본 후 격상을 결정하는 ‘뒷북 조치’를 반복한 결과 10개월여 만에 확진자 1,000명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생업을 우려한 조치’라며 단계 조정을 고심하는 동안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자영업자들은 거리 두기 단계를 조정하지 않아도 생계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 사이 중환자 병상뿐 아니라 경증 환자가 머물 생활치료센터도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엇박자 행정’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신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느슨한 방역을 이어가면 자칫 주변 국가보다 훨씬 늦게까지 코로나19를 견뎌야 할 것”이라는 비극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것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서울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6일부터 12일 사이 283.3명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단계로 완화한 10월 18~24일의 16.7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11일과 12일에는 각각 362명, 399명을 기록했다. 수도권 확진자 폭증의 조짐은 이미 지난달부터 나타났다. 정부와 서울시는 11월 7일 새로운 거리 두기 기준을 도입하고 방역 기준을 1단계 생활 방역 조치로 완화했는데 이후 11월 8~14일 서울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58.1명으로 늘었고 그다음 주에는 111.3명이 됐다. 하지만 정부는 전문가의 단계 격상 요구를 외면하고 한 달여간 1단계를 고집하다 11월 19일에서야 수도권에서 거리 두기 단계를 1.5단계로 높였다. 하지만 이미 무증상 확진자가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퍼진 후였다. 그간 정부는 “거리 두기 대책의 효과는 통상 1주일 후부터 나타난다”고 설명해 왔는데 지난달 중순부터는 거리 두기 단계 격상의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거리 두기 단계를 쉽게 높일 수 없는 이유로 ‘자영업자 생계 위협’을 내세운다. 하지만 느슨한 방역으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며 자영업자의 생업은 이미 위협에 처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행 초기 한시적으로라도 강력한 방역을 취한 대만이 4월 12일 이후 242일째 코로나19 지역 감염 ‘0명’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만 정부는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 경우 대만은 29년 만에 중국 본토의 경제성장률을 넘어서게 된다. 경제 악화를 이유로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하지 못한 한국 정부가 결국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것과 대조된다.



상황이 이렇자 그간 정부의 정책에 말을 아껴온 감염학 교수 등 전문가들도 최근 신속하고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 생활치료센터와 병상이 포화에 이르면 그때는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속히 3단계로 격상하고 ‘올릴 땐 빨리 올리고 내릴 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백신 도입 시기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미국·영국뿐 아니라 멕시코까지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상황이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미 영국에서 접종이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큰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며 “백신의 도입, 접종 시기를 앞당겨야만 유행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연구에 따르면 미국·영국은 6~7월에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궁극적인 코로나19 종결은 백신 접종으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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