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하루에만 20만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를 내고 있는 미국이 바이러스 확산세를 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구스타브 퍼나 육군 대장은 14일 오전부터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이 미 전역의 145개 배송지에 도착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퍼나 COO는 백신이 포장되기 시작한 12일을 1944년 6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실행일인 디데이에 비유해 주목받았다. 그는 “디데이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그것은 종결의 시작이었다”며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에게서 받은 백신 최초 공급분은 총 290만 회분. 최초 공급분은 13일 오전 미시간주 캘러머주에 있는 화이자 공장에서 항공기와 호송 차량이 붙은 전용 트레일러트럭을 이용해 백신 수송을 담당할 페덱스와 UPS의 전국 물류허브로 옮겨진 뒤 목적지로 향한다. 다음날인 14일에 백신을 받는 곳은 145곳이며, 15일에는 425곳, 16일에는 66곳에 백신이 도착한다. 전국의 병원과 요양시설은 백신이 도착하는 대로 의료진과 요양시설 입소자를 상대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영하 70도라는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화이자 백신을 배송하기 위한 과정은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한다. 배송을 담당할 UPS는 이를 위해 매일 2만 4,000파운드(약 1만 900㎏)의 드라이아이스를 만들기로 했다. 또 백신을 담은 컨테이너에는 위치와 온도, 대기압,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물류업체 본부로 이 정보를 전송하는 첨단 센서도 부착된다. WP는 이번 백신 수송이 “미국 역사상 가장 복잡한 물류 임무 중 하나”라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팬데믹 대응에 희망이 생겼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2일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6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8일 1,500만 명을 넘어선 지 불과 나흘 만에 100만 명이 추가된 것이다. 전날에는 하루 신규 감염자(23만 1,775명)와 사망자(3,309명), 입원 환자 수(10만 8,044명) 등 3대 간판 지표가 모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백신 접종이 시작돼도 곧장 코로나19의 확산세에 제동이 걸리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통한 면역으로 코로나19의 전염이 둔화·억제되는 ‘집단면역’ 상태에 도달하려면 전체 인구의 70∼80%가 백신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앞으로도 반년 이상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계속 시행하고 여행이나 외출, 모임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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