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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헤지펀드 공격…간판기업 흔들리게 놔둘 건가

정부가 재계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치고 상법을 바꾸자마자 뒤탈이 나고 말았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가 LG그룹에 계열 분리 반대 서한을 보낸 것은 우리 간판 기업을 향한 투기 자본들의 공격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하다. 화이트박스는 악동 헤지펀드인 엘리엇 출신이 이끄는데 목적은 단순하다. 겉으로는 계열 분리가 주주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지배 구조를 흔들어 주가를 올린 뒤 ‘먹튀’하거나 알짜 기업을 삼키려는 속셈이 다분하다. 화이트박스는 지난 3년간 LG그룹 지주사인 ㈜LG의 지분을 평균 1%가량 보유해왔다. 최대주주인 구광모 회장(15.9%) 등 오너 일가의 ㈜LG 지분은 9월 말 현재 46.07%로 화이트박스 독자적으로 LG의 지배구조를 흔들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바뀐 상법이 시행되면 의결권은 25.68%로 쪼그라든다. 화이트박스가 다른 펀드 등과 연합 전선을 편다면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 결국 투기 자본이 활개칠 무대를 우리 정치권이 앞장서 깔아준 셈이다.

그나마 LG는 지배 구조가 안정적인 편이지만 상당수 다른 기업은 언제든 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을 만큼 허약하다. 삼성전자도 기업 사냥꾼들이 작심하고 덤벼든다면 안심할 수 없다. 다른 나라는 자국 기업의 기술을 지키기 위해 정부 차원의 무역 전쟁까지 불사하는데 우리는 투기 자본이 입맛에 맞는 감사를 내세워 기업의 기밀 정보를 빼가도 꼼짝할 수 없도록 무장 해제시켜놓은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개정 상법의 시행을 1년 이상 유예해달라는 재계의 호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준비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시행했다가 내년 주주총회에서 헤지펀드들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온다면 감당할 재간이 없다.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장치도 서둘러 법제화해야 한다. 기업을 사냥꾼에 빼앗기고 백날 지배 구조 투명성을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혹여 대기업 때리기가 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특정 기업을 넘어 나라 경제 전체를 벼랑으로 내모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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