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 전기요금제 개편의 이면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연료비 연동하는 새 전기료 체제

脫원전 비용 낮춰 진실 호도하고

한전이 요금 내릴 이유도 사라져

한국 산업경쟁력 크게 떨어질 것





내년부터 전기요금제도가 바뀐다. 이번 개편으로 전기 요금과 기후환경 요금이 별도 고지되고 전기 요금은 연료비와 연동해 계산된다. 연료비연동제는 3개월마다 변동된 연료 비용을 전기 요금에 전가해 실비용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번 변경으로 내년 1월 고지되는 전기 요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요금 체제 변경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을 감추고 불합리한 정책으로 인한 한국전력의 경영 악화를 개선하려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한 전기 요금은 향후 상승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합리적 정책 수립 과정을 무너뜨리고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선전 선동으로 편가름한다는 것이다. ‘양재천 국장, 죽을래 과장, 신내림 서기관’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에는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을 우격다짐으로 몰아치는 정치권력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전문가들이 완장을 차고 여기저기서 불합리한 정책을 주장할 때 공직자들의 전문성은 숨게 마련이다. 그 전형이 탈원전을 필두로 한 전력 수급 정책이다.

이번 조치는 진실을 왜곡하기 위한 디딤돌로 작용한다. 우선 기후환경 비용이 과소평가돼 국민에게 고지된다. 기후환경 비용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배출권거래제(ETS), 석탄 감축 비용을 선정해 고지하기로 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비용과 기후환경 비용을 과소평가하도록 왜곡한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경제성도 있는 원전을 늘리면 비용 증가 없이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단순히 신재생에너지 공급자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만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신뢰할 수 없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석탄 발전소나 가스 발전소가 지원해야 한다. 풍력발전소와 태양광 발전소들이 전력 계통에 연결되고 간헐성을 제어하기 위한 추가적인 계통 운영 비용도 산정되지 않았다. 태양광 발전소 건설로 사라지는 산림으로 이산화탄소가 더 발생하는 외부 효과도 포함되지 않았다. 부지의 기회비용도 계산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6월 18일 고리 원전의 영구 정지를 선언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전력 공급 체계를 달성하기 위해 우격다짐으로 8차 및 9차 전력수급계획이 수립됐다. 당연히 고비용 체제로 전력 공급 계획이 변화됐다. 원료비가 가장 싼 원전의 발전이 줄고 연료비가 가장 비싼 가스 발전소의 발전이 늘면 연료비 변화에 따라 전기 요금이 급등락하게 된다.



이번 조치로 탈원전 비용이 연료 비용으로 탈바꿈해버렸다. 언론에서는 내년부터 연료비 상승으로 전기 요금이 올랐다고 보도하겠지만 이것은 사실 탈원전 비용이다. 애초에 가스 발전소가 없었다면 가스 요금이 올라도 전기 요금이 오를 이유가 없었다는 점은 역사 속에 묻힌다.

경제적인 원전으로 기저 발전을 굳건하게 지키지 않으면 연료비변동제는 우리의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2017년 6월 18일 문재인 정권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의 기반을 없애겠다고 선언했고, 그대로 실천된 것뿐이다.

그동안 한전은 발전사들에 연료비 변동에 따라 발전 비용을 지급하면서도 전력 요금에는 바로 적용하지 않았다. 국민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공익적 역할을 했다. 탈원전으로 비용 변동 규모가 커짐에 따라 완충 역할을 할 수가 없게 됐다.

현재의 전력 산업구조에서 연료비연동제는 전력 공급 비용을 더 올리는 유인 체제를 제공할 수 있다. 비용 증가분을 바로 전력 요금에 전가할 수 있기에 한전이 그동안 발전 단가를 낮추려고 추진한 정책들을 추진할 필요가 없어진다. 유인 체제가 바뀌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요금은 상승한다. 전력 산업구조 개편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은 다양한 문제점을 점검하면서 정책을 수립하지 않았다. 권력은 바람처럼 사라지지만 권력이 남긴 부작용은 수십 년간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