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12승을 거둔 김세영(27·미래에셋)은 숱한 기록과 업적을 쌓았다. 지난 2018년 8월 손베리크리크 클래식에서 72홀 최다 언더파(31언더파) 우승을 거뒀고 지난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여자골프 역대 최대 우승 상금인 150만 달러(약 15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유독 화려한 우승 장면도 많이 만들어낸 그녀지만 허전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2015년 신인왕에 오른 이래 한 번도 공식 타이틀을 거머쥐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관’의 제왕이던 김세영이 마침내 ‘별’을 가슴에 달았다. 신인왕을 제외한 자신의 생애 첫 투어 타이틀을 시즌 최고 영예인 올해의 선수상으로 장식했다.
김세영은 21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끝난 LPGA 투어 2020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역전의 여왕’ 김세영은 1타 차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우승은 고진영(25)에 내줬으나 올해의 선수 레이스에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해 ‘빨간 바지의 마법’을 연출했다.
박인비(32)와 포인트 6점 차이로 이 부문 2위에 자리했던 김세영은 이번 대회 공동 2위로 12점(최종 118점)을 획득, 박인비를 6점 차로 제치고 빛나는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966년 제정된 이 상을 한국 선수가 받은 것은 박인비(2013년), 박성현·유소연(2017년), 고진영(2019년)에 이어 김세영이 역대 다섯 번째다.
김세영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9개 대회에만 출전했지만 2승을 포함해 6차례 톱 10에 입상하는 등 꾸준한 성적으로 포인트를 쌓았다. 10월 KPMG 여자 PGA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수확한 그는 올해의 선수상도 수상하며 최고의 시즌을 완성했다. 평균 타수 부문에서는 최소인 68.68타를 기록하고도 규정 라운드 수를 채우지 못해 이 부문 1위에게 주는 베어 트로피는 교포 선수인 대니얼 강(70.08타·미국)에게 넘겨줬다.
세계 랭킹 2위 김세영은 올해의 선수상 수상 뒤 “매우 원하던 것 중 하나”였다며 타이틀 획득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무척 기쁘고 자랑스럽다. 캐디인 폴 푸스코와 함께 노력해 멋진 한 해를 만들었다”면서 “부모님과 코치·트레이너 등 주변의 모두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고진영과 맞대결을 벌인 그는 “고진영을 따라잡지 못해 조금은 아쉽지만 진영이와 좋은 플레이를 한 것 같다. 진영이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면서 “내가 올해 이루고 싶었던 것은 충분히 이뤄서 기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운 게 많은 한 해였다. 여전히 배울 점이 더 있는 것 같지만 올해 잘 해낸 것 같다”고 시즌을 돌아본 뒤 “이번 주에 우승하지 못한 게 아쉬운 걸 보니 여전히 우승에 목이 마른 것 같다. 내년에도 노력하겠다”고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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