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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라이프
[休]그대안의 '블루' 잊을 그대만의 '블루'

■국내 유일 헬기관광 영덕 블루로드 코스

  '20분 남짓' 새가 되어 아래 내려보면

  쪽빛바다에 탄성 '따개비' 어촌엔 웃음

  산 정상·고층 건물과 다른 풍경 펼쳐져

  탑승 과정서 타인과 접촉 가능성 적어

  '코로나 우울증 지우기' 여행으로 최적





일상에서 ‘여행’이라는 두 글자가 사라진 지 오래다. 평소 같으면 일출을 보기 위해 해돋이 명소마다 여행객들로 예약이 꽉 찼을 시기이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엄두도 내기 힘든 상황이다.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변에 여행을 권하기도 조심스러운 이때 코로나19를 피해 어렵게 찾아간 곳이 경북 영덕이다. 이맘때면 대게로 풍년일 영덕을 찾은 이유는 오로지 헬기 때문이었다.

재미는 둘째 치고라도 코로나19로 하늘길이 꽉 막힌 상황에서 헬기라면 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헬기는 언택트 여행 수단으로서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목적지 없이 국내외 상공을 돌다 원점 회귀하는 가상 출국 여행처럼 탑승 전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데다 이동 과정에서 타인과 접촉할 가능성도 적다. 헬기를 여행 수단으로 삼기에 가장 적당한 때가 아닌가 싶다. 지난 주말 예약해둔 영덕 축산항 인근 헬기장을 찾아갔다.

국내에서 관광 헬기를 운행하는 곳은 영덕이 유일하다. 민간 업체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지난 2018년 처음으로 영덕에서 울릉도와 독도를 연결하는 비행 관광 상품을 위해 마련됐다. 초기에만 해도 높은 가격 때문에 일반의 접근이 쉽지 않아 주로 기상 악화로 배가 뜨지 못하는 상황에서 육지로 나오거나 섬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교통수단으로만 활용됐다. 관광 코스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독도까지 가는 장거리 코스 외에 동해안 상공을 돌아보는 단거리 코스를 개발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코스가 단축되는 대신 요금을 대폭 낮춰 누구나 헬기로 여행할 수 있는 대중화의 길이 열린 셈이다.

헬기 보조석에 타면 마치 조종석에 앉아있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출발은 동해안 고래불해수욕장과 백석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영덕 축산면 고래산마을이다. 이날 비행은 부산에서 고성까지 이어지는 도보 여행길인 해파랑길의 중심인 영덕 블루로드(64.6㎞)를 상공에서 둘러보는 ‘블루로드 코스’다. 헬기 관광은 5인승부터 14인승까지 탑승 인원에 따라 다양한 기종을 경험해볼 수 있다. 특히 시코르스키사의 14인승인 S76 기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용하는 최고급 헬기로 가격만 2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탑승 전 10분가량 VCR로 안전 교육을 받은 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대기 중인 헬기에 올라탔다. 이번 비행에 나설 헬기는 미국 벨사의 7인승 B-206L. 국내에서는 경찰에서 경호·경비용으로 운용 중인 기종과 동일한 모델이다.

헬기가 막 이륙한 순간에 촬영한 사진. 헬기 탑승객들은 그림자로 헬기가 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머리에 헤드셋을 쓰고 안전벨트를 맨 채 헬기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부산항공청의 비행 허가가 떨어지자 ‘웅~웅~’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커지더니 헬기가 서서히 뜨기 시작했다. 이날 풍속은 25노트.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에 헬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불안한 마음에 기장에게 안전에 이상이 없는지를 묻자 “평소보다 바람이 조금 강한 편이지만 비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헬기가 일정 고도 이상으로 올라가자 흔들림이 잦아들었고 서서히 긴장감이 풀리면서 바깥 풍경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헬기는 출발한 지 3분 만에 고도 300m 상공까지 올라갔다.

헬기장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다가 보이지 않지만 고도 100m 상공으로 올라오자 멀리 동해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제 말 들리십니까. 지금 바로 앞에 보이는 곳이 우리나라 영해(領海)입니다.” 마이크로 전해지는 기장의 설명에 창밖을 내다보니 망망대해가 발아래에 펼쳐졌다. 하늘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본 동해안의 풍광은 산 정상이나 고층 건물에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따라 구불구불한 해안도로가 끝없이 이어지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어촌은 갯바위에 촘촘히 붙은 따개비처럼 육지 끝자락을 수놓고 있었다. 마치 사진이나 그림의 평면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구현해놓은 것처럼 생동감을 안겨줬다.

바다 위에 한참 떠 있던 헬기가 이번에는 육지로 방향을 돌리자 발아래로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바람개비처럼 작아 보이는 새하얀 풍력발전기 수십 대가 어촌 마을 뒷산에 빼곡히 들어서 바닷바람에 빙글빙글 돌고 있다. 해돋이 명소로 알려진 영덕풍력발전단지다. 그 뒤로는 멀리 영덕 도심과 산 능선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비행 내내 넋을 놓고 창밖을 바라볼 만큼 사방으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영덕읍 창포리에 세워진 수십 대의 풍력발전기 뒤로 동해 바다와 수평선이 펼쳐진다.


고도를 낮추자 저 멀리 출발했던 헬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 타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비행을 마칠 시간이다. 시계를 보니 하늘에 머문 시간만 대략 15분 남짓. 이날 비행은 헬기장에서 출발해 망월봉에서 축산항, 대소산, 경정해변, 노물리 오보해수욕장, 해맞이공원, 영덕풍력발전단지를 들러 다시 헬기장까지 돌아오는 20분짜리 코스다. 차로 둘러보면 족히 두 시간은 걸렸을 만한 거리다. 아쉬운 마음에 기장에게 헬기를 타기 가장 좋은 시기를 묻자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하늘에서 설경을 감상해봐야 한다”고 추천했다.

헬기를 타고 내려다본 영덕 축산항 인근. 동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로 꼽히는 도보 여행길 ‘블루로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사진은 블루로드 중 B코스인 ‘푸른 대게의 길’의 거의 끝자락이다.


현재 관광을 위해 운용 중인 헬기는 총 9대로 탑승 인원에 따라 다양한 기종을 경험해볼 수 있다. 짜릿하고 역동적인 비행을 원한다면 5인승을, 편안하고 부드러운 비행을 원한다면 14인승을 타는 것이 좋다고 한다. 헬기 관광은 비행 시간에 따라 바다 위를 비행하는 ‘영덕 비치플라이(10분)’부터 인기가 가장 많은 ‘블루로드’, 울릉도까지 다녀오는 ‘영덕 울릉(45분)’ 코스까지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사전에 협의해 탑승객들이 원하는 장소 위주로 노선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글·사진(영덕)=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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