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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샤워실의 바보’ 정책이 만들어낸 대출 난민

은행들이 최근 신용 대출을 무차별적으로 줄이면서 ‘대출 난민’이 속출하는 풍경은 아마추어 정책이 불러온 것이다. 연말에 금융 당국이 가계 부채 축소를 명분으로 행정지도에 나서자 시중은행들은 일부 서민 상품을 제외하고는 신규 대출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대폭 축소했다. 그나마 한도를 줄여 빌려주더라도 심사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 신용도가 높은 직장인조차 대출 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

대출 난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비정상적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2금융권의 가계 대출은 금리가 10% 중후반인데도 전달보다 4조 7,000억 원이나 급증하며 4년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개인 간 거래(P2P) 업체에 신용 대출을 문의하는 사람마저 늘고 있고 일부 금융권은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부동산도 모자라 금융권에서 ‘풍선 효과’가 발생하고 이를 억제하려 두더지 잡기 식 뒷북 규제에 나서야 할 판이니 냉온탕의 대출 수도꼭지를 급작스럽게 돌리다가 부작용을 양산하는 ‘샤워실의 바보’나 다름없다.

갈수록 거센 대출 한파가 불어닥칠 것으로 보여 더 걱정된다. 금융사들은 당국의 지시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 만기를 내년 3월까지 일괄 연장해줬다. 당국은 만기 재연장을 우회적으로 압박하지만 금융사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금융사들로서는 만기를 늦출수록 부실화하는 대출이 급증할 것이 뻔한데 ‘공익’을 위해 마냥 연장해주기 쉽지 않다. 옥석 가리기가 없으면 무조건 만기 연장은 금융사들에 부실 폭탄을 안고 있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융 당국은 지금이라도 금융권 전반의 실태를 파악해 일방적 대출 중단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어설픈 창구 지도를 이어가다가 신용 절벽을 맞으면 시장은 물론 국가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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