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무역금융펀드에 이어 옵티머스펀드·디스커버리펀드·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에도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로 인정될 경우 투자자는 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소비자 보호 기조를 고려하면 제2의 100% 배상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소비자의 정의만 챙기고 업계의 정의는 외면한다며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 등 시민 단체와 사모펀드피해자공동대책위원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환매 중단된 펀드들에 대한) 계약 취소 사유가 명확히 나왔다”며 금감원의 신속한 분쟁조정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법무법인의 법률 검토를 거쳐 옵티머스펀드·디스커버리펀드·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역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애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정도의 사항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시킬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금감원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로 인정하면 펀드 판매사에 투자 원금의 전액 반환을 권고하게 된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이를 적용한 바 있다.
이들 단체에서 공개한 법률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옵티머스펀드는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사업 실체가 없는 부실기업에 투자한 점을 문제 삼았다. 공공기관 확정 매출에 해당하는 공사채가 2019년 6월 이후부터 수익률이 2%를 넘긴 적이 없는 점을 들어 투자 설명서대로 운용해도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위험 등급은 당초 투자자에게 공시한 5등급의 낮은 위험이 아닌 1등급의 높은 위험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해서는 당초 투자금의 90%를 선순위 채권에 매입한다는 투자 제안서와 달리 상당 부분 후순위에 투자된 점을 근거로 꼽았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의 경우 투자자산의 90%를 평균 만기 5~6년인 매출 채권에 투자한 반면 은행에서 1년~1년 1개월 내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점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가 과도하게 적용되는 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원금의 전액을 보장받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나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윤석헌 금감원장이 논란이 된 사모펀드의 분쟁조정을 모두 마무리 짓고 가겠다고 한 만큼 금감원의 결정을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가 위축돼 결국 자산운용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그 피해는 국민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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