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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됐나

■책꽂이-초월

가이아 빈스 지음, 샘앤파커스 펴냄

인류사 진화론적 관점서 벗어나

불의 발견부터 언어·美·시간 등

4가지 문화적 업적 통해 재조명

이성적 사고로 문명 발달 이끌어

모든 종 초월해 정점 올랐지만

환경 파괴·전염병 등 부메랑도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2020년 1월 1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집단 발병한 폐렴의 급격한 확산을 우려하던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의 에드워드 홈즈 교수가 훗날 ‘2019-nCoV’로 명명될 폐렴의 원인 바이러스 염기 서열 자료를 트위터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자료가 공개된 직후 연구자들은 즉각 분석에 돌입했고,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경쟁이 본격화됐다.

지난 12월 8일, 영국을 시작으로 각국의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공식 확인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과정에 10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020년 최고의 과학 성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꼽으며 “연구자들이 이처럼 공개적이고 빈번하게 협력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백신의 개발은 ‘지성을 갖춘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다. 인간은 지구 상에 등장한 이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타인에게 의존하고 협력하며 생명을 유지해왔다.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 맹수를 따돌릴 수 있는 빠른 발을 갖지 못한 인간은 혼자서는 무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일 수밖에 없다.

책 ‘초월’은 인류의 역사를 진화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불, 언어, 미, 시간이라는 4가지 위대한 문화적 발견을 통해 짚어본다. 저자 가이아 빈스는 인간이 우주의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생명체라고 말한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주어진 환경에 따라 적응의 형태로 진화해왔는데, 그 중심에 바로 ‘문화’가 있다. 인간의 진화는 생물학적 변화뿐만 아니라 집단의 선택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문화적 변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존과 관련한 기술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익히며,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을 통해 생존해 왔다. 그 대표적인 도구가 불이다. 인간은 불을 발견하고 의도에 따라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어떠한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불이 가져 온 식생활의 변화는 두뇌의 급격한 발달로 이어졌다. 또 인간을 사회적이고 협동적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인간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 능숙해진 것이다. 인류의 조상이 상호교류와 이야기에 몰두했다는 사실은 동굴벽화나 바위에 남겨진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다. 두뇌의 발달로 가능해진 언어를 통한 상호교류는 인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활동 무대를 지구 전체로 넓혀 권력을 탄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생존 문제에서 벗어나게 된 인간은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생각과 개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게 된 것이다. 생물학적 충동을 넘어 아름다움을 통해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게 된 인간은 ‘나는 누구이며, 시공간의 어디 쯤에 위치하는가’와 같은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됐다. 과거를 기억하고 가르침을 얻고자 기록을 남기면서 현재에 발을 딛고 살아온 인간은 이제 미래를 탐구하고, 그 결과 시간을 발명해 하루를 재정의하기에 이르렀다.

책은 객관적 진실을 탐구하며 계속된 인간의 이성적 사고가 눈부신 문명의 발달을 현실로 만들었고, 마침내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서도록 스스로를 재창조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 다음 단계이자 전능한 초유기체로서의 ‘호모 옴니스(Homo Omnis)’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소통하고 있는 지금, 집단이 가진 지성과 창의성, 사회성은 단순히 물리적인 합보다 훨씬 더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류의 급격한 진화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인간의 탐욕은 급격한 환경파괴와 질병, 급기야 신종 전염병까지 퍼뜨리고 있다. 인간은 이제 유전자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결정할 선택의 시점에 서게 된 셈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을 뛰어넘는 초월종이 된 인간 진화로 인해 지구는 새로운 ‘인류세’를 맞이하게 됐다. 저자는 인류가 맞이하게 될 미래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한 것처럼 또 다른 초월의 과정을 거쳐 신세계가 될 것인지, 아니면 지구와 함께 자멸하게 될 것인지 기로에 놓여 있다고 강조하며 인류의 책임을 일깨운다. “지난 수만 년 동안 인간은 서로 힘을 합쳐 믿을 수 없는 마법 같은 일을 해냈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해결책도 함께 나타나리라 기대한다.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인간 자신이니까.” 2만2,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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