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보수정당이 ‘공동선 자본주의’를 꺼내는 이유

김종인, '공동선 자본주의' 친전 돌려

美 공화당 '마크 루비오 보고서' 인용

보수도 우려하는 '불평등의 양극화'

공동선 패러다임…자본은 목적 아닌 수단

루비오, 제조업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강조

한국 경제와 맞지 않단 지적도 나와

"기업 투자 환경의 개선이 먼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권욱기자




보수정당, '이윤 추구' 대신 '공동선'을 외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새해를 맞아 당 소속 의원 102명 전원에게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의 ‘공공선(공동선) 자본주의와 좋은 일자리’라는 보고서를 보냈다. 기업의 이윤 창출을 극대화하는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Economy)에서 벗어나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 복리후생 향상이라는 공동선(Common good) 중심의 시장경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 너무 급진적 내용이란 우려가 나오자 김 위원장은 “다른 경제철학도 관심을 가지라는 뜻”이라며 “이 정도를 좌클릭이라고 염려한다면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보수정당에서도 충분히 공동선을 추구하는 대안적 자본주의를 탐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인용한 마르코 루비오 역시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자 미국의 보수정당인 공화당 상원의원이다. 루비오 의원은 미국 정치계간지 ‘아메리칸 어페어스(American Affairs)’ 인터뷰에서 “현 경제 질서가 미국의 가정, 지역 사회, 국가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보수가 지향하는 ‘공동체’의 발전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국가가 시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며 “기업은 이윤 추구권뿐만 아니라 공동선을 위해 사회에 재투자할 의무를 지녔다”고 주장했다.

왜 한국과 미국의 보수정당에서 기업의 이윤 추구와 상충하는 개념을 대안적 자본주의의 화두로 던진 걸까?

백만장자도 반대하는 불평등의 양극화


미국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 /연합뉴스


지난 몇 년 간 보수 집단에서도 현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지난해부터 ‘불평등’ 담론에 뛰어들어 경종을 울렸다.

미국 헤지펀드의 대부이자 억만장자로 알려진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어소시어츠 회장은 자신의 SNS와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불평등은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불평등한 결과를 낳았다”며 “사람들이 기회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존재하는 모든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비경제적이며 심지어 시스템 존립까지 위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위기가 오히려 불평등을 해결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위기가 오히려 재계와 정부가 공동의 선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고, 투자하도록 일깨우고 있다”며 ‘포용적 경제(inclusive economy)’의 확대를 역설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전문경영자 모임 비즈니스 원탁회의(BRT)가 발표한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성명서’와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서 공표한 ‘다보스 선언 2020’ 역시 기업의 주인인 주주(Shareholder) 중심의 기업 경영을 지양하고 기업과 연관된 모든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자본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크리스티안 펠버는 자신의 저서 ‘모든 것이 바뀐다’에서 공동선 경제 체제를 자세히 다룬다. 펠버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제활동의 목표는 ‘공동선’이고, 그 수단이 ‘자본의 이윤 추구’라는 것이다.

펠버는 그 정당성을 민주주의 국가 헌법에서 찾았다. 독일 바이에른주 헌법에는 ‘모든 경제활동은 공동의 복지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독일 기본법에도 ‘재산의 사용은 일반 대중의 복지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탈리아 헌법에도 ‘공적·사적 경제활동은 공동선을 지향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미국 헌법 전문에는 ‘일반 복지의 증진’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그는 “시장에서 인간의 존엄·사회정의·생태적 지속가능성·투명성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상품이 더 비싼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기업이 법인세, 관세, 대출 등의 영역에서 더 나은 법적 대우를 받아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의 상품을 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선'은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그러나 김 위원장과 루비오 의원이 주장하는 공동선은 한 마디로 ‘좋은 일자리(dignified work)’다.

루비오 의원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제조업의 부흥에 주목했다. 특히 중국의 급격한 성장으로 초래된 무역경쟁을 미국의 가장 큰 출혈로 규정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금융 상품에 대한 비교우위를 점하는 것이 더 낫다는 전제는 잘못됐다”며 “그것은 무엇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지에 대한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공장이 문을 닫으면 그 지역의 수많은 가정이 계층 사다리를 내려오고, 사회 초년생들의 결혼과 출산 확률이 줄어들며, 실업률이 범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즉, 비교우위의 영역과 관계없이 제조업의 몰락은 지역 사회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루비오 의원이 제시한 해법 가운데 하나는 조세 정책이다. 주주가 주식 환매로 얻는 배당금에 대한 세금 감면을 없애고, 기업이 유망한 중소기업이나 산업 등에 하는 투자활동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 미국 경제가 다시 실물 자산 생산 중심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발상이다. 주주 이익 중심의 경제는 양극화를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과 맞지 않아"...제대로 작동하려면?
이와 관련해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루비오 의원이 주장하는 ‘공동선 자본주의’는 주주뿐만 근로자·고객·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경제의 연장선으로 그동안 많이 나왔던 이야기”라며 “중요한 것은 과연 실제 경제 환경에서 루비오의 정치적 구호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여부”라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자본 축적의 메커니즘이 없다면 기업이 투자할 자본은 어디서 나오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 어디서 생겨날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상황을 언급하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위험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에 봉착한다. 기업이 생존하지 못하면 고용도 없다”며 “여전히 정부가 할 일은 기업 투자 환경의 개선”이라고 짚어냈다.

즉, 공동선 자본주의와 같은 패러다임 변화 이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고, 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조세 환경을 만드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지적이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