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공수처와 검찰의 관계에 대해 ‘협력’을 강조해 주목되고 있다. 공수처가 검찰의 견제 수단임은 분명히 하면서도, 공수처 출범 초기 공수처 검사들의 수사력 강화를 위해선 검찰과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특히 검찰이 수사하던 고위공직자 관련 사건을 공수처가 가져오는 권한에 대해선 “권한을 합리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검찰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 사건 등 현 정부를 조준한 검찰의 민감한 사건 등을 검찰과 협의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이첩할지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나중에 있을 협의 과정에도 이목이 모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질의 서면답변서를 보면 이처럼 검찰과의 관계 성립에 대한 입장이 주목된다.
김 후보자는 먼저 공수처는 검찰의 견제 수단임을 분명히 하면서 현 정부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검찰에 집중된 권한의 수평적 분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큰 상황에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공수처 설치로 깨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현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해선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공직 후보자로서 평가하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모든 권력기관은 그 권한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돌려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답변은 피하되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공수처에 현직 검사를 파견받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공수처법 상 검사 파견을 받는 것은 제한이 없으나, (검찰 견제 등) 설립 취지를 생각하면 파견 받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시에 김 후보자는 공수처 출범 초기에는 검찰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공수처 검사들이 현직 검사들보다 수사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야당 측 지적에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라면서 “반부패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법무부와 대검과 긴밀한 정책적 협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부패범죄를 수사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불법 로비와 금융범죄 등의 성격이 강한 권력형 비리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의 포렌식부터 주요 사건 관계인에 대한 구속 등 특별수사(특수) 사건 처리에 관한 검찰의 노하우가 필요한데 공수처 검사들의 수사력이 그만큼 되겠느냐는 의문에서다. 김 후보자는 이어 “공수처가 자리 잡기 위해선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일선 검찰청과 실무적 협력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검찰과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협력이 이뤄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 후보자는 또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는 공수처의 사건 이첩요구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공수처가 ‘월성 1호기’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등 현 정권에 관한 검찰의 사건을 공수처가 가져가 ‘봐주기 수사’를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공수처에 부여된 권한을 합리적으로 행사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검과 긴밀히 협의해 우려하는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검찰이 다 수사해놓은 사건을 가져와 논란을 만들진 않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후보자가 말하는 ‘합리적인 권한 행사’가 어떤 기준인지는 대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의견충돌이 있을 수 있는 대목으로 전망된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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