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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길음동
신미나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게 된다

누가 붉은 페인트로 써놓은 소변금지

간판은 의상실인데 과일 파는 집

할머니가 전구를 갈아 끼울 때처럼

헝겊으로 조근조근 사과를 돌려 닦을 때

퇴근 시간쯤 마주치게 된다

얼굴만 아는 뚱뚱한 여자

얼굴에 기미가 들깨가루처럼 핀 여자

언젠가 그녀가 욕하며 싸우는 걸 본 적이 있다

울지 않으려고 성을 내며 남편을 걷어찬 적이 있다



그녀와 스칠 때 빙그레 웃음이 난다

그녀를 닮은 뚱뚱한 아들이

엄마아, 하고 탁탁탁 달려오자

그녀는 한 손으로 번쩍 아이를 들어올린다





막다른 골목에 취객의 인내도 막다르면 반갑게 읽혔을 ‘지금변소’. 술 깨서 보면 민망한 ‘소변금지’. 의상실 간판을 그대로 둔 건 일종의 부적이겠죠. 성공해서 압구정동 가로수길로 갔다고 생각할게요. 할머니가 전구 끼듯 사과를 닦는다고요? 손자가 올봄에 번듯한 조명 가게를 차리겠군요. 들깨향이 구수하다 했더니 걸어 다니는 방앗간이 계셨군요. 길음동이 기름동처럼 들리네요. 욕할 때 욕하고 싸울 때 싸우니 마음도 건강하겠군요. 내편 안들 때 걷어찰 남편도 있다고요? 뚱뚱한 아들을 한손으로 들어 올리다니, 한나절 만에 뚝딱 제주 섬을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 후예가 틀림없어요. 아들은 보나마나 세상 구원할 아기장수가 되겠군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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