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정권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강경한 대(對)중국 통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 줄이기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밸류체인을 다변화하고 국제 통상 관계의 변화에 따른 위험도를 줄이며 생산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 업계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9년 이미 각각 베이징1공장과 옌청1공장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수석부회장이던 2019년 9월 "(현대차가 관심을 기울일 새로운 시장으로) 동남아와 아프리카를 보고 있다"고 했고, 그해 11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현지 생산 공장을 짓는 투자 협정을 체결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비중을 다소 줄이고 여력을 새로운 시장으로 돌린 것이다.
전자 업계도 '탈중국'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중국 톈진 스마트폰 공장 가동을 중지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마지막 PC 공장인 쑤저우 생산 라인도 중단했다. 중국 내 유일한 삼성전자 TV 생산 기지인 톈진 TV 공장도 지난해 11월 가동을 멈췄다.
중국의 생산 라인을 줄이는 대신 삼성전자는 그동안 중국에 집중돼 있던 공급망을 베트남 등 제3 지역으로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베트남 북부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에 휴대폰 공장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베트남 하노이에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 건설도 시작했다.
석유산업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업계에 따르면 석유제품의 중국 수출 비중은 25%가량 된다. 석유 업계는 인도와 베트남 등 신흥 시장 투자를 확대하는 식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말레이시아 타이탄 공장을 인수했고 미국에는 에틸렌크래커센터(ECC) 건설 등의 투자에 나서고 있다. SOIL은 인도에서 지난해 4분기부터 자체 브랜드된 윤활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철강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미래 성장 동력인 2차전지 소재 사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 원료인 흑연이 그 예다. 포스코는 최근 아프리카 탄자니아 마헨지 흑연 광산을 보유한 호주 광산 업체 블랙록마이닝의 지분 15%를 750만 달러(약 82억 원)에 인수했다. 포스코는 이번 계약으로 음극재를 보다 싼 가격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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