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전략(new strategy)’를 사용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인도적 협력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또 미국 외교 당국을 겨냥해 남북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미 국무부가 강력한 제재론자들로 꾸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엇박자’가 한미 공조에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25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신년 기자 간담회를 열어 “대북 제재의 유연한 접근이 다뤄질 수 있다면 남북 협력 공간이 확대된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 당국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한 것이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제재를 통해 얻으려고 했던 비핵화나 핵 포기의 목적은 제재 기간이 꽤 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대화와 상생을 통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하반기 중에 남북 관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부는 정세 변화를 관망하고 기다리기보다는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임하고자 한다”며 “방역과 인도적 협력 문제는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장관의 이 같은 입장이 새로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2일 북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미국민과 우리의 동맹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대북 전략의 전환을 시사했음에도 통일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미 국무부의 1·2인자가 되는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와 웬디 셔먼 부장관 지명자가 강력한 제재론자로 꼽히는 상황에서 이 장관이 제재 완화를 요구한 것 역시 한미 간 불협화음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과 교수는 “국무 장관으로 지명된 블링컨 등은 동맹 제재론자인데 제재 완화를 언급하는 것은 동상이몽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은 “설을 계기로 화상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그는 “미국 정부도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관심이 많을 것”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2018년 6월을 마지막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단됐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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