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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번스 매각에 충격 빠진 야구계…SK는 왜 야구단 포기했나

실익 없어 매각하는 듯...그간 수익 사회환원·그룹홍보·팬들과의 약속 등이 '규칙'

이젠 그룹 방향성 어긋나면 매각하리라는 선례...이마트 인수엔 우려·기대 교차

SK와이번스./서울경제DB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인수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진 25일 오후 야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야구팬과 현재 다른 구단 종사자들의 의문은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아닌 SK 그룹에 쏠렸다. 야구단을 '왜 파느냐'는 것이었다. 그간 야구단 인수에 종종 관심을 보여 온 이마트의 등장은 그다지 큰 뉴스가 아니다.

반면 모기업의 재정이 튼실한데도 야구단 정리에 나선 SK의 의도가 무엇이냐가 더 큰 주목을 받는다. 언론 보도를 접한 뒤에야 그룹의 통보를 받은 SK 와이번스 야구단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26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마트가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 원에 인수한다. 이마트는 SK텔레콤이 소유한 SK와이번스의 지분 100%를 이같이 인수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가격 중 주식이 1,000억 원, 야구연습장 등 토지·건물이 352억8,000만 원이다. 이마트는 다음 달 23일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SK 와이번스 구단의 지분을 100% 소유한 SK텔레콤은 매각 사유를 설명하지 않아 추정만 나돈다. 야구단을 운영해 SK 그룹 이미지와 홍보 효과를 제고하는 데 실익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짐작이 대표적이다.

실제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쌍방울 레이더스, 해태 타이거즈 등 프로야구 초창기 구단들은 모기업의 재정난 탓에 다른 기업에 팔리거나 사실상 쪽박을 찬 상태로 다른 구단에 인수됐다. MBC 청룡만이 방송의 공공성 유지 차원에서 돈이 아닌 다른 이유로 야구단을 LG 그룹에 넘겼다.

SK 그룹도 재정난과 무관한 사유로 야구단 매각을 추진한다. 한국시리즈를 4차례 우승한 명문 구단을 창단 21년 만에 파는 사유가 너무나 이례적이어서 충격의 강도가 그만큼 크다.그간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스포츠를 통한 수익의 사회 환원, 그룹 홍보, 추진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이유로 야구단을 운영해왔다. 다만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야구단이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가 40년째 이어지면서 해마다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야구단 운영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야구단 운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먼저 극진한 야구 사랑을 보인 구단주들이 적지 않았다. 프로야구단이 그룹을 대표하는 상징이 된 사례도 늘었다. 또 야구단 운영비를 못 댈 정도라면 기업 경영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시장의 매서운 시선을 의식해 쉽게 야구단을 버리지도 못했다.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연고지 팬들과의 약속, 의리 등으로 야구단을 '손절'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나 SK 그룹의 야구단 매각은 저마다의 이유로 어떤 식으로든 프로야구단을 품고 가던 이 바닥의 '규칙'을 단숨에 깨뜨렸다. 재정난, 운영난 등 돈의 문제와 무관하게 그룹의 방향성에 어긋나거나 사업 추진 실효성이 떨어지면 언제든 야구단을 접을 수 있다는 새 기준을 제시했다. 다른 구단이 SK 사태를 비상하게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녹록지 않은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야구단 운영에서 발을 빼려는 기업에는 SK 사례가 명분이 될 수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신세계그룹 제공


이마트의 인수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유통 공룡'인 이마트가 강점을 살려 프로야구 마케팅의 신기원을 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로운 유통 플랫폼이자 고객과의 접점으로 야구장을 선택해 이마트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 것이라는 예상이다.

새로운 마케팅 기법은 9개 구단을 자극할 흥행 요소다. 그러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야구단 운영의 부조화를 걱정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마트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고자 삐에로 쇼핑, 부츠 등 브랜드 신사업을 펼쳤지만, 시작 3년도 안 돼 모두 접었다. 소비 트렌드를 면밀히 관찰해 수익성 낮은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는 일은 유통 업계에선 흔하다.

하지만, 강팀의 반열에 올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새 팀이 지역에 완벽하게 뿌리내리기 위해 수년 이상 묵묵히 지원하고 성과물을 바라야 하는 야구단 운영에 정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통할지는 알 수 없다는 견해가 많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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