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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잤는데 대리기사 사고내고 사라져"…차 빼려다 기소된 운전자 대법서 무죄

대법원, 원심 확정 판결





음주 상태에서 고장난 차의 기어를 조작하고 가속패달(엑셀레이터)을 밟은 행위는 음주운전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위반 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2016년1월29일 김해시에서 혈중알콜농도 0.122%의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 시동을 걸고 기어를 조작한 후 가속패달을 밟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끝나고 대리운전을 받아 한 동료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이후 본인의 집으로 가려고 다른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고 기다렸다. 그때 길을 지나가던 B씨가 대리운전 제안을 해 받아들였다. A씨는 B씨가 운전할 때 잠들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사고가 나 있었고 B씨는 없었다. 차는 편도 3차로의 2차로와 3차로 사이에 정차해 있었다.

이에 A씨는 차를 이동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기어를 조작한 후 가속패달을 밟았다. 차는 사고로 파손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조사를 받고 결국 기소됐다.

검사는 A씨의 행위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음주 상태에서 시동을 걸고 기어를 조작하고 가속패달을 밟은 것으로는 범죄의 구성요건이 실현되지 않았고,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A씨의 행위가 미수라는 판단의 근거로 기어를 조작하고 가속패달을 밟는 행위는 차를 이동하기 위한 일련의 준비 과정인 점, 음주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여 실제로 차를 이동했을 때 음주운전의 위험성이 현실화하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검사는 “도로교통법상 운전이란 엔진 시동 후 이동을 위한 제반 장치의 조작만으로 충분하고 실제로 차량이 이동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며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원심에)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법원은 “운전의 개념은 그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목적적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의미한다”며 “피고인의 고의로 인한 결과가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장애미수 또는 불능미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검사는 같은 이유로 상고를 했으나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운전이란 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라고 봤다. 또 자동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발진조작의 완료’를 필요로 한다고 봤다. 법원은 “통상은 차 엔진을 시동시키고 제동장치를 해제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면 발진조작을 완료하였다고 할 것”이라면서 “애초부터 자동차가 고장이나 결함 등의 원인으로 객관적으로 발진할 수 없었던 상태에 있었던 경우라면 그와 같이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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