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로 발간된 ‘2020 국방 백서’를 보면 우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일 발간된 백서에서는 우선 북한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가 짙어졌다. 2년 전 백서에 담겼던 북한 체제의 ‘정권 세습’이라는 표현을 빼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으로 바꿨다. 2018년 백서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주적’이라는 표현도 삭제됐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2019년 수출 규제 조치 등을 이유로 들어 ‘이웃 국가’로 격하했다. 이전 백서에서 ‘동반자’ 라고 했던 것과 비교된다.
백서의 이같은 기조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구하는 외교 안보 정책과 완전히 결이 다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견제 등을 위해 미국·일본·호주·인도 4자간 안보협의체인 ‘쿼드’ 확대, ‘민주주의 정상 회의’ 등을 추진하면서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대북 정책도 한미일 공조 등을 통한 압박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최근 대북 정책 전반의 재검토 필요성을 거론하며 추가 제재와 외교적 인센티브를 함께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전화 회담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했다. 대북 공조를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18년의 싱가포르 선언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와 평화 타령만 하고 있다. 반면 한미일 공조 복원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달 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신무기를 공개하고 전술핵 및 핵잠수함 개발 방침을 밝히는 등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국방 정책을 대외에 공개하는 백서에 북한을 감싸는 내용을 담으면 김정은 정권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동맹의 균열만 초래할 뿐이다. 국방 백서의 기조가 정치 논리에 따라 왔다갔다 해서는 안 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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