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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쟈가 갸


조명희

나는 이름이 두 개다

아버지 술 드시고 출생신고 하러 가서 면서기랑 농담 따먹기 하다 획이 바뀌는 바람에

취학통지서 받던 날 엄마는 아버지를 닦달하였다 어디다 꼬불쳐 놓은 자식이 아닌가 하고

맨 정신으로 면사무소에 다녀온 아버지는 마당에서 놀고 있는 나를 가리키며

쟈가 갸여

배고픈 살림에 이름 하나 더 가졌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두 이름을 얻었으니 반반 치킨처럼 얼굴을 반반 나눠 썼는데

쟈는 동아전과 두 권 값을 받아 한 권 값으로 떡볶이를 나눠 먹으려 했으나 갸가 보이지 않고



갸는 완행버스 타고 훤한 도시로 나가 보려 했으나 쟈가 보이지 않아

쟈와 갸는 서로에게 들키는 일이 없었다 가끔 대신 살기도 하였지만





쟈는 낳은 자식이고, 갸는 호적 자식이군요. 어머니가 부지깽이 들고 나와 의심할 만도 하군요. 쟈가 갸니까 낳은 자식이 호적 자식인데, 쟈를 부르는 이름과 갸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는 거군요. 옛날에 그런 일이 종종 있었죠. 봄 춘(春) 자를 쓰던 호적계 직원이 졸다가 획 하나 빼먹어 볼 看(간) 자 이름을 갖게 된 제 어머니도 계셨죠. 이름이 두 개니 두 개의 세상을 갖고 계신 것 같아 부러웠죠. ‘쟈’라는 글자에 획 하나를 빼면 ‘갸’가 되는 인생사, 쟈가 갸를 챙기고 갸가 쟈를 돌아보는군요. 대체 동아전과 값을 속이지 않은 효자는 몇 명이나 될까요. <시인 반칠환>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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