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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화폐, 국적 허무는 '新경제공동체' 띄우다

■디지털 화폐가 이끄는 돈의 미래

라나 스워츠 지음, 북카라반 펴냄





최초의 신용카드를 도입한 다이너스클럽의 부사장 매티 시몬스가 1963년 한 신문에 독특한 글을 기고했다. 이른바 ‘현금 추도문’. 그는 기고문에서 “현금은 곧 모든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금을 ‘시한부’로 내몬 치명적인 결함은 바로 속도였다. 이 글은 다이너스클럽 결제 시스템이 시간, 장소 같은 물리적 제약을 넘어 빠르게 일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허위나 과장은 아니었던 셈이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에서 ‘OO페이’로 불리는 다양한 전자 결제 플랫폼과 스타벅스 리워드 같은 특정 브랜드의 통용 화폐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화폐 ‘비트코인’은 올 1월 기준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ATM기기 앞에 줄을 서는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 됐다. 1963년의 ‘현금 추도문’은 그렇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신간 ‘디지털 화폐가 이끄는 돈의 미래’는 우리가 ‘결제’라고 부르는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일련의 발전 과정을 짚어본다. 특히 책이 주목하는 것은 새 시대의 화폐가 국가의 정치적, 영토적 영역을 뛰어넘는 새로운 ‘거래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 결제 앱인 ‘벤모’는 소셜 미디어 형태로 출시됐다. 벤모 사용자는 모든 거래 내역에 메모를 해야 하는데, 대개 이모티콘이 사용된다. 친구의 거래 내역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도 남길 수 있다. 거래 내역을 그 개인의 사회적 기록으로 읽는 독특한 문화가 확산하면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스냅챗, 구글 등도 자사 플랫폼에 결제 기능을 도입하려 애쓰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바는 ‘전자 화폐를 통한 공동체’의 형성이다. 하나의 결제 시스템을 공유하는 가상의 공동체는 시스템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같은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벤모 사용자가 스페인 이비자로 친구들과 떠행을 떠난다고 가정하자. 이들은 모든 공동 비용을 벤모로 정산하기 때문에 (벤모를 사용하지 않는) 스페인 친구는 동참하기가 어려워진. 책은 “정부가 발행한 화폐가 국민에게 공통된 경제 언어를 제공한다면, 돈은 사적인 경제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일관되게 제공한다”고 말한다.



책은 이 같은 변화가 인간의 삶의 방식과 사고에 미칠 영향도 살펴본다. ‘소셜미디어 돈’은 데이터 중심 경영 모델에 토대를 두고 있고, 민간이 공급·감독한다. 대부분 개인 정보는 ‘공개’가 디폴트이며, 우리의 돈과 정보를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는다. 저자는 개인 정보의 문제, 다층적이고 유동적인 거래 정체성 등에 대한 질문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던진다. 1만 6,0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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