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월 4일 부산 낙동강 인근 갈대숲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고 남성은 상해를 입었다. 경찰은 괴한들의 소재를 조사했지만 검거하지 못했고,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던 중 1991년 11월 8일 경찰공무원 사칭 혐의로 구속된 최인철, 장동익 씨가 느닷없이 이 낙동강변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 이후 두 사람은 그해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 동안 부산 사하경찰서 수사관으로부터 자백 강요와 폭행,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결국 두 사람은 1991년 12월 30일 강도강간, 특수 강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약 10개월 뒤인 1992년 8월 부산지법에서 내려진 1심 판결에서 모든 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를 했으나 1993년 1월 7일 부산고등법원 2심에서도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1993년 4월 대법원 상고마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다. 두 사람은 그렇게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다.
이들은 징역 21년만인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고, 이후 2017년 5월 8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2019년 4월에는 대검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조사했고 비로소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월 6일 부산고등법원은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며 재심을 열기도 했다. 법원은 재심이 결정된 후 1년 1개월여 만인 4일 이들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경찰에서 가혹행위와 제출된 증거가 법원에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그로 인해 21년이 넘는 오랜 기간 수감생활을 하는 고통을 안겼다"며 "가족과 당사자들이 고통을 겪게 된 데 대해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를 맡아 주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전인 2016년 이 사건을 다룬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35년 동안 변호사를 하면서 한이 남는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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