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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불평등한 고통...지원금은 평등하게?

허세민 정치부 기자





독일에 거주하는 지인이 얼마 전 전해준 이야기다. 독일 음식점에서는 포장만 가능하고 약국·우체국 등 필수적인 곳을 제외한 나머지 상점들은 전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셧다운에 따른 취약 계층의 피해를 어루만지기 위해 독일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피해 계층의 채무를 떠안았다. 다만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없었다. 여기에 더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재정 지원을 끝없이 지속할 수 없다. 오는 2023년부터는 국가 채무를 갚아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여권이 보편·선별 지급을 병행하는 4차 재난지원금 논의에 불을 지폈다. 독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규모와 다르지만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개점 시위에 나설 정도로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 피해 계층을 돕기 위한 재난지원금에 이견을 달 수는 없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소비 진작을 위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과연 이 시점에서 적절한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당장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4차 대유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 정책 우선순위는 피해 계층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 초반부터 이 점을 명확히 했다. “가장 힘든 사람들에게 먼저 힘이 돼야 한다”면서다.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보통의 직장인과 영업시간 제한이 가해진 자영업자가 겪는 고통의 크기가 과연 같을 수 있을까. 취약 계층에 두텁게 지원하는 것은 경제 회복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전 국민 지원 시 예상되는 소요 재원은 20조 원을 넘는다. 적자 국채 발행이 뒤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빚 청산 타임라인’을 구체화한 독일과 달리 재정에 대한 여권의 책임 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이미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1차 재난지원금의 지급 범위가 소득 하위 50%에서 70%로, 결국에는 전 국민으로 확대된 바 있다. 올해도 서울·부산 재보궐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보편 지급에 반대하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결기가 끝내 꺾일 공산이 크다.

결국 중심을 잡아야 할 곳은 청와대 정책실뿐이다. 피해 계층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하고 전 국민 지급은 확산세가 진정된 후 고려돼야 한다. “코로나가 주는 고통의 무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문 대통령의 올해 첫 국무회의 발언이 효율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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