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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라이프
[休]솔향 벗 삼아 바닷바람 한 잔···붉은 낭만에 취하다

■전남 장흥 소등섬

밀물 땐 섬, 썰물 되면 뭍으로…

바다위 '소나무 분재' 같은 자태

아침 해 어우러진 풍광엔 탄성만

이청준·한강 등 걸출한 문인 고장

전시관 돌며 문학의 향기에 흠뻑

이청준 원작, 임권택 연출의 영화 ‘축제’의 무대가 됐던 마을 근처에 있는 소등섬은 집 한 채 면적의 좁은 바위섬인데 꼭대기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일부러 연출한 풍경인 듯 아름답다. /사진제공=장흥군청




이청준 원작, 임권택 연출의 영화 ‘축제’의 무대가 됐던 마을 근처에 있는 소등섬은 집 한 채 면적의 좁은 바위섬인데 꼭대기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일부러 연출한 풍경인 듯 아름답다.


부산·안양·용산·대덕. 전국 각지의 지명을 품고 있는 군(郡)이 있다. 부산과 안양은 면 소재지고, 대덕은 읍 소재지다. 바로 전남 장흥군 이야기다. 장흥읍 남동쪽에는 안양면이, 남서쪽에는 용산면이 있다. 팔도에서 이렇게 다양한 지방자치단체의 이름을 포괄하고 있는 곳은 장흥뿐일 게다. 그래서인지 장흥은 다양한 콘텐츠를 보듬고 있다. 수많은 영화의 무대가 됐고, 소설의 배경이 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장흥이다.

장흥에 깃든 수많은 이야기 중 가장 강렬한 잔영으로 남아 있는 것은 영화 ‘축제’의 한 장면이다. 소설가 이청준의 소설을 원작으로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축제’는 안성기·오정혜·정경순 등이 출연해 장례라는 무거운 의례를 축제로 승화한 우리 문화의 일면을 보여준다. 모친상을 당한 형제들과 문상객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의 갈등과 화해를 보여주는 이야기의 촬영지가 된 곳이 장흥군 소등섬이다. 소등섬은 밀물이 되면 바다 위에 홀로 떠 있지만 썰물 때 물이 빠지면 다시 뭍으로 이어져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소등섬은 집 한 채 면적의 좁은 바위섬인데 꼭대기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마치 일부러 연출한 풍경인 듯 아름답다.

몇 해 전 여름 소등섬에서 만난 한 마을 주민은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겨울철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며 “소등섬이 있는 상발리에 민박집이 몇 곳 있는데 겨울에는 아침에 해가 소등섬 너머에서 올라와 민박집 창문만 열면 섬 위로 펼쳐지는 일출이 장관”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늘에 구름이 두터워지고 눈발이 날리는 모양새가 이번에도 일출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일찌감치 읍내로 발길을 돌렸다.

선학동마을도 장흥군이 내세우는 8경 중 한 곳이다. 이 마을은 역시 이청준이 쓴 소설 '선학동나그네'의 배경이 된 곳이다. 소설은 임권택 감독에 의해 '천년학'이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됐는데 이 마을은 해마다 봄이 되면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이고 가을에는 메밀꽃이 만개해 흰 눈이 내린 듯한 풍광이 펼쳐진다. 마을 입구에는 당시 영화 촬영 때 지어 놓은 주막 세트장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오가는 객들을 맞는다. 해마다 10월이면 이 마을에서는 메밀꽃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장흥군이 배출한 문인들의 자료를 모아 놓은 천관산문학관.


선학동을 출발해 천관산문학관으로 가는 길에 눈이 펑펑 쏟아졌다. 문학관은 장흥군이 천관산 입구에 조성한 이 고장 출신 작가들의 자료 전시관이다. 전시관 안에는 이청준·한승원·송기숙·이승우·한강 등 장흥군이 배출한 문인들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문학관은 몇 해 전 들렀을 때보다 콘텐츠가 한층 두터워진 느낌인데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코너가 새로 눈에 띄었다.

한승원 작가의 자택 해산토굴. /사진 제공=장흥군청


문학관을 둘러보다 보니 문득 소설가 한강의 수상 직후 그의 아버지 한승원 선생이 기거하는 해산토굴을 찾아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그는 딸의 쾌거를 몹시 기꺼워했다. “자식이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는 부모보다 잘되는(勝於父)거요. 그런 면에서 강이는 효도했다고 볼 수 있지. 내가 애들 이름을 크게 지었어. 쉽고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해서 지은 거야. 강이가 ‘샘터’ 다닐 때 신춘문예에 응모하면서 한강현이라는 필명으로 접수를 시키고는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을 안 쓰고 필명을 써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나는 ‘괜찮다’고 그랬는데 당시 샘터 편집장이던 김형영 시인은 ‘한강이라는 좋은 이름 놔두고 왜 한강현이라는 이름을 썼냐’고 그랬대. 그 말을 듣고 내가 ‘한 번 이름을 쓰기 시작하면 못 바꾼다. 앞으로는 청탁이 오면 한강이라고 쓰라’고 했어.”

한승원문학산책길. /사진 제공=장흥군청


한 선생의 딸 자랑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번 여행길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그의 집 아래에 조성된 한승원문학산책길만 둘러보기로 했다. 최예숙 학예사는는 “이 길은 보성에서 강진으로 넘어가는 길목으로 교통량이 많아 장흥을 외지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문학길을 조성했다”면서 “방풍림으로 조성한 소나무 숲의 풍경이 아름다워 날이 따뜻해지면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라고 전했다. /글·사진(장흥)=우현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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