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무대에 오른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깨뜨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동맹을 강조할 방침이다.
1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7~18일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트럼프 전 행정부 이후 소원해진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힘쓸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출범 이후 첫 나토 무대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행정부와의 차이점을 드러내며 동맹 간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케이 베일리 허치슨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경제 방송 CNBC에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갈등하는 부분에 나토도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치슨 전 대사는 “중국의 일대일로와 홍콩 국가보안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불투명성으로 나토가 중국을 주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토는 중국을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평가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중국에 맞섰다면 자신은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하며 중국을 견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토의 전통적 적국인 러시아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력도 계속된다. 미국은 솔라윈즈 해킹과 러시아의 미군 살해 사주 의혹으로 러시아와 각을 세우고 있으며 유럽 각국은 알렉세이 나발니 중독 사건과 시위대 탄압을 두고 러시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중국과 러시아는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에 반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올해 나토는 “대서양 횡단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특별한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의 주요 쟁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다만 나토가 예전 같은 관계를 빠르게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잿빛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토의 한 유럽 국가 외교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으로 유럽 국가는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여전히 EU 안보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익명의 미 국방부 관리 역시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일 수 없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동 내 군대 철수를 놓고는 미국과 유럽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도 “적절한 때가 되기 전에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동 내 철군은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철군 정책과 관련해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진 바 있다. 또 트럼프 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상향 조정 압박에 시달린 주요 유럽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방위력을 높이자는 의견을 낸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다는 이유만으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안보 분야의 다보스포럼으로 평가받는 뮌헨안보회의(MSC) 연설을 통해 미국과 유럽 간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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