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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수사청 어떻게 생각하냐면..." 여당 편 들지 않은 김진욱 공수처장

25일 관훈포럼 참석...1시간 질의응답 이어져

공수처 청사진과 함께 여러 현안들 생각 밝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주최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공수처 운영 방식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검찰이 수사를 거의 완성한 사건이어도 공정성 논란이 있으면 이첩받아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 공수처 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되 수사검사가 공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침 등이 처음 소개됐다. 이외에도 김 처장은 법조계와 정치권 현안에 대해서도 제한적 수준이지만 처음으로 개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김 처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하고 말하는 등 마냥 여당 편을 들지 않으면서 공수처장으로서의 중립성을 각인시키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처장은 25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약 1시간 동안 포럼 패널들의 질문을 받고 답했다. 관훈포럼은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이 주최하는 포럼이다. 서울경제는 김 처장이 이 자리에서 한 발언들을 정리하고 분석해봤다.

“검찰에서 수사 끝날 무렵이어도 사건 가져올 수 있다”


김 처장은 공수처의 최대 권한으로 꼽히는 사건이첩권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수사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에 비춰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사건은 검·경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김 처장은 “해당 조항의 취지는 수사가 초기 단계든 끝날 무렵이든 기존 수사기관이 결론을 내놓는 것이 공정성 논란이 있을 경우 해당 사건을 공수처가 가져와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조항이 말하는 ‘수사 진행 정도’보다 ‘공정성 논란’ 유무가 이첩을 판단하는 더 중요한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공수처는 검찰이 수사 중인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두 사건은 수사가 거의 마무리 된 상태지만 공정성 논란이 계속 있어왔기 때문이다.

“선거 전 민감한 수사는 피해야 하지만...”


이어 김 처장은 선거 전후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의 고위공직자 수사로 인해 국민들에게 정치적 영향을 끼쳐서는 표심을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김 처장은 그러면서도 여러 예외를 둬 공수처 내 명확한 기준은 나오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그는 “정치권에서 가장 관심 가지고 있는 것은 선거에 (공수처 수사가)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여부다. 그래서 공수처가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을 해 스스로 중립성 논란을 자초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칙은 그렇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해진다. 김 처장은 “선거가 임박해 수사를 해선 안 된다면 그 임박성의 기준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선거 60일 전 후보자 등록을 하는 시점이 지나면 선거가 임박했다고 볼 것인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잇다. 이외에도 그는 "혐의가 위중한 것인지, 공직자로서 더 이상 직권을 갖고 있어서는 안 되는 범죄인지를 따져야 한다”며 “정의의 요청이 있다면 선거 전에 수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수처 내부적으로 원칙은 있어도 현재 구체적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이런 내용이 포함된 운영 규칙을 완성해 발표할 계획이다.

“공보준칙은 법무부 훈령 준용”...조국 사건 언론보도 우회적 비판


공보 준칙도 마련하고 있는 공수처는 법무부의 공보 준칙 훈령을 준용할 방침이다. 아직 공수처는 출입기자단도 없는 상태다. 대변인 역시 아직 채용 전이다.

법무부 훈령을 준용한다는 의미는 ‘제한적’이고 ‘소극적’ 공보 준칙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김 처장은 “법무부 훈령을 준용할 것이다. 법무부 훈령은 원칙적으로 기소 전에 수사 현황에 대한 공보를 하지 않도록 한다”며 “예외적으로 오보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 등이 있으면 일부만 공개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에서는 그 동안 언론의 수사 현황에 대한 보도가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면서 기자와 검사 간 만남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의 엄격한 공보 준칙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포토라인 설치 금지, 사건관계인 비공개 소환, 공소장 비공개 등 규정도 있다. 공수처 역시 이같은 기조로 공보 준칙을 만들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처장이 포럼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 처장은 공보 준칙에 대해 설명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 당시 언론보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포럼 패널로 참석한 이주현 한겨레 정치부장은 “지난 조국 수사를 지켜보며 검찰이 과잉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면서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현재를 비롯해 과거 검찰의 수사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처장은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는 관심이 집중되는데, 수사상황을 브리핑 하는 등의 공보 방식이 과도한 수사라는 것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수사 상황에 대한 경쟁적인 보도가 과잉수사 문제 제기를 야기한 면이 있다는 지적으로 답을 갈음한 것이다.

김 처장은 특히 “언론인과 수사당국이 합의해서 어느 정도 선에서 보도를 하고 안 하고를 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이제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향후 공수처의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경쟁적 보도로 발생할 피의사실 공표 등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수사검사도 공판 들어가야”...정부·여당 방침과 결 달리 해




김 처장은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에 대해서도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도 수사부와 공소부를 따로 해 수사와 기소 업무를 분리시켰다. 김 처장은 “수사검사는 브레이크 없이 기소를 향해 가는데 그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면서 “그런 면에서 보면 공수처는 수사와 기소 분리 제도가 구현됐다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 처장은 법무부와 여권에서 말하는 ‘완전한 분리’에는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사검사가 공판에 들어가지 않으면 (복잡한 사건의 경우) 공소 유지가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경청할 만하다”며 “저희가 내부에서 수사·기소 분리를 하더라도 공소유지를 위해서는 재판에 수사검사가 들어가 증인심문을 하는 등 협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수처 수사는 팀제로 진행”


김 처장은 향후 공수처가 본격 사건 수사에 들어가면 수사 방식은 팀제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장과 차장, 부장검사와 검사, 수사관이 하나의 팀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수사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수처는 검찰 출신 검사가 정원의 2분의1을 넘기지 못하도록 돼 있어 직접수사 경험이 없는 법조인들을 절반 뽑아야 해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김 처장은 팀제 수사방식을 채택해 인력을 유동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고육책을 생각한 것이다. 팀제로 운영되면 수사1~3부 직제와 상관없이 검사들이 모여 수사를 진행한다.

“야당 비토권 없앤 공수처법...안타깝다는 생각이었다”


김 처장은 공수처 청사진 말고도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처음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내 야당 비토권을 없애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을 때 대해서 김 처장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그때는 공수처장 후보가 되기도 전이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국민 한 사람으로서 보면서 저도 좀 안타깝다는 생각을 사실 많이 했다”고 말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은 두 사람 원칙의 충돌”


김 처장은 지난해 전국적 이슈가 됐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에 대해서도 처음 평가를 내놨다. 앞서 그는 인사청문회에서는 이에 대한 평가를 끝까지 피했었지만 두 달 가까이 지난 시점 입을 열었다. 김 처장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여러 가지 진단들을 하시는데, 저도 그 두 분이 다 나름대로 원칙이 있으셨던 것 같다. 검찰 인사와 수사에 대한 원칙이 서로 충돌한 것 같다”면서 “제 생각에는 이 분들이 스타일이 다르신 분들이라 소통 부분에서 오해가 생긴 것도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평가는 딱히 비판적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김 처장 본인은 타 기관장들과의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돌려 말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민주당이 밀고 나가는 중대범죄수사청 추진에는 ‘신중론’ 제시


민주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추진에 대해서도 김 처장은 답변을 그동안 피해왔지만 이날 생각을 말했다. 김 처장은 “한 수사기관의 장으로서 다른 수사기관 설립에 대해 말씀드리기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여하튼 (형사사법시스템이) 크게 바뀌는 과정에서 제일 애로사항을 겪을 것은 국민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사건이 공수처 수사를 받느냐, 검찰 수사를 받느냐에 따라 어디로 소환되는지 등 이런 여러 가지 (고려할 것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국민의 입장에서 불편을 겪거나 피해 보지 않을까 생각하고, (새 제도 시행이 사전에) 많이 잘 알려지고 시간도 둬가면서 (할 필요가 있다). 갑자기 어느 날 확 바뀌어 버리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의 발언은 민주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추진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핫라인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김 처장은 공수처장의 독립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패널로 참석한 장세정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김 처장에게 “청와대에서 전화가 오면 받을 건지, 핫라인을 둘 건지, 또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 측에서 비공개로 티타임을 하자고 초대하면 응할 것인지” 물었다. 김 처장은 “핫라인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식사나 티타임 같은 그런 요청은 (청와대에서) 없으실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을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서만 수사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처장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인물들은 당연히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있다”면서 “결국은 저희가 (양쪽) 목소리를 경청하되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겠다”고 밝혔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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