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사진)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들과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소재·부품의 글로벌 공급망을 새로 짜기로 하면서 국내 부품 업체들도 이목이 쏠렸다. 미국의 결정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 최고 점유율을 자랑하는 한국 반도체·배터리 업계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자동차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 행정부가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을 확정할 경우 한국 기업들에는 호재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 일본의 파나소닉과 중국 ASEC의 라인이 전부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일부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 CATL 등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만약 미국이 중국 배터리의 수입을 제한할 경우 반사이익으로 국내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위해 중국을 제외한 한국·일본 기업의 자국 내 공장 증설을 유도할 가능성도 크다.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에 따라 자국 내 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배터리 공급량 1위인 중국 CATL은 2025년까지 500GWh(기가와트시) 생산을 목표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 관영기업이나 다름없다. 미국에선 투자 계획이 없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과 일본·유럽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줄이면서 동맹국에도 중국과의 거래를 축소·중단토록 요구한다면 우리 기업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LG·SK·삼성 SDI 등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유럽 뿐만 아니라 중국 완성차 업체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경우는 더욱 민감하다. 일단 미국이 반도체 공급을 두고 한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한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도 나쁠 것은 없다. 특히 미국이 강점을 가진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시스템 반도체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희토류 등 원자재 수입을 막거나 다른 중국 기업에 추가로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도록 요구한다면 우리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전체 수출액은 992억달러로, 이 가운데 대중국 수출액이 40.2%(339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희토류 역시 중국산 수입이 61%에 달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이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트럼프 정부의 중국 화웨이 제재로 인해 지난해 9월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 큰 시장이라서다. 특히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대해 중국이 어떤 대응을 보일지도 관건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희토류만 해도 중국산을 대체할 국가가 많지 않다.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감안할 때 중국산 희토류 수입을 중단하거나 중국산을 사용해 생산한 반도체 반입을 중단하는 등 극단적인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중 분쟁이 격화할수록 장기적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된 우리 기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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