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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비준안 통과 후폭풍 "이미 기울어진 불균형 더 심화…사용자 대항권 개선해야"

재계 "글로벌 스탠더드 맞게 합리화

대체 근로 허용 등 보완 입법 절실"

관련법 애매한데 추가 개정 어려워

판례 축적되는 수년간 혼란 불가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동의안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미 기울어진 노사 관계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실직자·해고자의 노조 활동으로 기업 경영권 제한 우려가 더욱 커진 만큼 사용자 대항권을 개선해야 한다.”

국회가 26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동의안 3건을 의결하자 경영계에서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ILO 핵심 협약 비준 동의안은 강제 노동 금지(29호), 결사의 자유(87호·98호) 관련 협약 등 3건이다. 이에 따라 해고자·실직자의 기업별 노동조합 가입이 가능해졌다. 퇴직 공무원과 교원 역시 공무원 노조 가입이 가능하다. 소방공무원의 노조 설립도 허용된다.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은 지난해 말 개정돼 국무회의 공포 절차까지 마쳤다. 개정된 노동조합 관련 3법은 오는 7월 6일 시행된다.

정부는 ILO에 3개 협약 비준서를 기탁할 예정이다. 협약은 기탁한 날로부터 1년 후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정부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된 분쟁 소지도 줄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미 노사 관계가 좋지 않은 기업에는 또 다른 ‘혹’이 생겼다. 다른 회사로 이직한 해고자가 전 회사 노조에 가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해고자라면 ‘노조 운동을 하다가 해고됐고 현재 산업별 노조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일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부당 해고 구제나 부당 노동 행위 시정 등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의 법리 공방을 거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기업별 노조 가입이 가능해진 마당에 단체교섭에서부터 복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노사 갈등이 첨예한 사업장에 또 다른 부담이 생긴 셈인데 관련 법 조항은 애매하다. 개정 노조법에 비종사자 조합원(그 기업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조합원인 사람으로 사실상 해고·실직자) 활동 영역을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논란이 불가피하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했을 때는 ‘활동 범위를 노사 합의로 규정’하도록 했으므로 노조법을 명확히 바꿀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적다. 한번 노조법을 개정한다고 하면 노사 단체의 민원이 빗발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민주노총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단결권을 확대하기 위해 노조법 2조 개정이 필요하는 입장이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조의 부당 노동 행위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비종사자 조합원의 활동 범위는 판례가 축적되는 2년 정도가 걸려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이미 노사 관계 힘의 균형은 노동자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상황”이라며 “이번 비준으로 불균형이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힘의 균형을 되찾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속한 시일 안에 사용자 대항권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개선해 노사 관계가 균형화·합리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부당 노동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삭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등 보완 입법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도 “노사 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 팀장은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ILO 협약이지만 친노동 정권이 있는 지금은 노조 활동이 기업의 경영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이번 비준을 근거로 해고자 또는 실직자의 노조 임원 활동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변경해달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노동계의 주장만 받아들여지고 경영계의 의견은 무시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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