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 업체인 코스트코가 이르면 오는 3월부터 최저임금을 시간당 16달러로 올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25일(현지 시간) CNN이 보도했다. 업계 최고 대우로 이직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에 따라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트코가 제시한 최저임금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약인 시간당 15달러보다 후한 파격적인 수준으로 다른 유통 업체들도 임금 인상을 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여전한 상황에서 급격한 임금 인상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CNN에 따르면 크레이그 젤리넥 코스트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 상원 예산위원회 청문회에서 다음 주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을 기존 15달러에서 16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쟁사인 월마트(시간당 11달러)를 훨씬 웃돌 뿐 아니라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유통 업체 타깃·베스트바이(시간당 15달러)보다도 1달러가 많다. 젤리넥 CEO는 “우리 직원들이 시간당 15달러나 16달러 이상 벌 기회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이직률을 최소화하고 직원들의 생산성과 헌신·충성심을 최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직률이 높은 유통 업계의 특성을 감안해 코스트코가 임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코스트코는 최저임금을 지난 2018년 14달러, 2019년에는 15달러로 인상했다. 보너스까지 합치면 평균 임금이 시간당 24달러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코스트코가 선제적으로 임금 인상을 단행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실적 호조다. 일찌감치 온라인 사업에 공을 들인 결과 지난해 매출은 1,632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3% 늘었다. 영업이익도 54억 3,500만 달러로 14.7%나 급증했다.
하지만 다른 유통 기업들의 형편은 코스트코와 비교하면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임금 인상을 단행할 경우 경영난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국 내 전자 기기 최다 판매 매장을 보유한 베스트바이는 코로나19에도 견고한 매출을 기록했지만 온라인 사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달에만 직원 5,000명을 해고했다. 아린드라지트 듀브 매사추세츠대 경제학 교수는 CNN에 “코스트코의 움직임이 월마트·아마존 같은 경쟁 업체 고용주에게 최저임금을 16달러로 맞추도록 압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연방 최저임금을 현재 시간당 7.25달러에서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15달러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임금 인상은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적지 않은 중소기업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일자리를 줄이거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기업 역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추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도 상원 예상위원회 불출석을 알리는 서한에서 “연방 최저임금 인상 자체는 지지한다”면서도 “시간당 15달러는 일부 업종이나 지역에서 너무 높다고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매슈 셰이 전미소매업협회 회장은 “정부가 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기업들의 입장이 다른 만큼 임금은 시장에서 알아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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