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재임 중이던 시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비공개로 접종한 사실이 밝혀졌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 1월 20일 퇴임하기 전 백악관에서 첫 접종을 했고, 이후 두 번째 백신을 맞았다. 이들이 제약회사 모더나와 화이자가 개발한 백신 중 어느 것을 맞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더힐은 전했다.
이는 앞서 플로리다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트럼프가 "모두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한지 하루 뒤에 알려졌다. NYT는 트럼프의 수많은 지지자들이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며,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공개적으로 백신을 맞을 것을 권유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접종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미국이 지난해 12월 예방 접종에 들어가면서 백악관의 핵심 보직자들도 맞기 시작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접종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3일 트윗을 통해 "접종 계획이 잡혀있지 않지만 적당한 시기에 접종받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백악관 직원들은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한 백신을 다소 늦게 맞아야 한다"고 언급했다가 백악관 대변인이 핵심 관리들은 초기에 백신을 맞을 것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부부는 대선 기간이던 작년 10월 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보다 증상이 좀더 심해 3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신을 조기에 접종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코로나19 치료제를 맞은 효과가 지속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론에 접종 사실을 알리지 않고 비공개로 백신을 맞은 것은 TV 생중계를 통해 공개적으로 접종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대조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미국민에게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부작용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개 접종을 택했다.
더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소셜 미디어에 백신에 관한 회의론을 표명한 적이 있다"며 "전문가들은 재임 시절 그의 백신 접종에 관한 머뭇거림이 더 광범위한 접종 망설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