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회의는 지난 1973년 열린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의 5개국 재무장관 회의가 그 시초로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합류하면서 G7이라고 불리게 됐다. 7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와 패전국 독일·이탈리아·일본으로 구성돼 있다. 전쟁으로 철저히 파괴된 독일과 일본이 불과 30년도 되지 않아 세계 최강대국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나라를 재건할 사람 특히 과학기술 인재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앞둔 지금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우리는 미증유의 인구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최근 우리 학생들의 수학·과학 실력을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 수학·과학 경쟁력은 점점 퇴보하고 있다. 2000년 1위였던 과학은 2018년 9위로, 3위였던 수학은 10위로 하락했다. 흥미도도 초등학교 4학년의 경우 58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고 이마저도 중학교에서는 더 떨어진다. 게다가 이공계 대학원 진학률이 감소하고 있어 석·박사급 인력 부족도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과학기술 고급 인력의 경력 단절 비율도 2016년 53.4%에서 2018년 60.1%로 증가해 각종 진흥 정책이 무색하다. 가속화하는 출산 감소 역시 향후 인력 수급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해외 인재 유치가 쉽지 않고 오히려 인재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지금, 과학기술 인재 양성 정책에 있어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년마다 과학기술 인재 육성·지원 기본 계획을 수립한다. 마침 제4차 기본 계획이 얼마 전 확정됐다. 이 계획은 전 주기적 지원을 기본으로 학생·청년 연구자에서 전문 과학기술인으로 이어지는 세대별 지원 계획을 담고 있다. 여기에 인재 생태계가 제대로 형성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안도 포함돼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간과해서는 안 될 점들이 있다.
현재 국가 행정 시스템은 대부분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전통에 따라 업무 분장을 하고 있다. 예컨대 과학기술 연구는 기초·응용·개발 3단계로 분류하는데 각 단계를 수행하는 주체와 주무 부처를 지정했다. 기초연구는 대학, 응용은 연구소, 개발은 산업체가 맡는다는 식이다. 그러나 각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요즘은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백신을 예로 보더라도 기초·응용·개발 연구가 따로 없고 공공과 민간, 관련 부처도 여러 곳이다. 인재 양성의 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계획을 잘 수립해놓아도 부처 간 영역을 고수한다면 변화는 난망하다.
교육부의 많은 정책은 쉬운 교과 과정과 대학 입시에 맞춰져 있다. AI 시대를 말하면서 정작 수학 교과 과정에서는 AI 학습의 관건인 벡터와 행렬은 제외했다. 꼭 필요한 지식이라면 학습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바꿔서라도 가르쳐야 한다. 중고교에서 기본 개념조차 못 배운 학생들이 나중에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최근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수학·과학 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직장인이 약 40%에 달한다. 무엇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생각한다면 부처 이기주의를 넘어 범부처적 협력으로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다. 과감한 협치와 소통으로 이번만큼은 기본 계획이 제대로 집행돼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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