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업계 경쟁사 BBQ의 전·현직 직원 개인정보를 도용해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현종(58) bhc 회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3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박 회장 측은 “아이디를 도용해 BBQ 내부망에 접속한 적이 없으며 그럴 의도를 가진 적도 없다”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박 회장은 2015년 7월 3일 서울 송파구 bhc 본사 사무실에서 전·현직 BBQ 직원인 A씨와 B씨의 아이디를 도용해 BBQ 내부망에 두 차례 접속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박 회장이 bhc 정보팀장으로부터 A씨와 B씨의 아이디를 건네받아 BBQ 측의 국제중재소송 관련 서류를 열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BBQ와 bhc는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재판소(ICC)에서 법적 공방을 벌이던 중이었다.
박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불법 접속 발생일로 지목한 날짜에 대해 “박 회장이 문제가 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건네받기 전이어서 그를 이용해 로그인한다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A씨와 B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절대적인 비밀이 아니었으므로 박 회장 이외의 인물이 이를 이용해 접속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접속이 이뤄진 시간도 각 23초, 25초에 불과해 검찰 주장처럼 그 사이에 핵심 정보를 빼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BBQ 측 변호인은 고소대리인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해 “공소사실만 보면 혐의가 사소해 보이지만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 측은 큰 피해를 입었다”며 “bhc 본사에서 BBQ 내부망에 접속한 횟수는 수백 회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bhc 측은 “공소는 두 건에 대해서만 제기된 것”이라며 “다른 사례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bhc 본사 컴퓨터의 IP주소가 BBQ 전산망에 200여회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행위자를 특정하지 못해 박 회장과 함께 고소된 bhc 관계자 8명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기소하지 않았다.
2011년 BBQ에 입사해 해외사업 부문 부사장을 지낸 박 회장은 2013년 BBQ의 자회사였던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될 당시 bhc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bhc는 BBQ가 매각 협상 당시 가맹점 숫자를 부풀렸다며 2014년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재판소(ICC)에 제소했고, ICC는 bhc의 손을 들어줬다.
박 회장의 다음 재판은 오는 29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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