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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지피지기(知彼知己)는 관점이다

<142> 내 진짜 모습을 찾는 법

전 연세대 교수

세상을 내 관점서만 보면 오류 빠져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도 중요

상대방 능력은 물론 원하는 것 알고

세상의 관점서 나를 볼때 지혜 얻어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아이 셋을 데리고 살아가는 한 여인이 있었다. 남편은 이미 죽었다. 그런데 그 집에 망조가 들었는지 유령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저쪽에서 사람 같은 것이 어른거려 자세히 보려고 하면 황급히 사라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령이다. 아이들도 유령을 보면 기겁한다. 참으로 난감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람인 내가 유령을 본 것이 아니라 유령인 나와 내 아이들이 사람들을 본 것이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집에 계속 살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은 유령인 나와 내 아이들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다. ‘디 아더스’라는 영화에 나오는 반전 스토리다. 세상을 나의 관점에서만 보면 안 된다. 그러면 마치 천동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오류에 빠진다. 세상의 관점에서 나를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지혜를 얻는다.



한 사람이 아프리카 사파리 공원에 놀러 갔다. 가이드가 차에서 내리지 말라고 했지만 호기심에 몰래 대오를 이탈했다. 그런데 사자와 딱 마주쳤다. 진짜 무서우면 도망가지도 못한다. 발이 얼어붙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한다. “하나님, 아직은 아닙니다. 이번 한 번만 봐주시면 앞으로는 정말 말씀 잘 듣고 착하게 살겠습니다.” 한참을 기도하는데 정말 기적이 일어났는지 아무 일도 없다. 눈을 살짝 떠 보니 사자도 기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나님, 오늘도 저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전에 들었던 썰렁한 농담이다. 1차 세계대전 때 참호 속에서 독일군 병사와 프랑스군 병사도 “자신을 살리고 적을 죽게 해달라”고 같은 하나님에게 기도하지 않았던가. 각자의 관점에 따라 이해도 달라진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白戰不殆)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왜? 알고 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피지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지기는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기 힘들다. 다른 사람들이 솔직한 피드백을 잘 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 때 한 친구에게서 “넌 참 이기적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날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늘 ‘다른 친구들이 날 괴롭힌다’는 피해 의식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기적이라니.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가장 크게 오해하고 있는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을 받아본 적 있는가. 미국 헤드헌터들이 면접 때 꼭 물어보는 질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오해한다고 생각하는 점, 그 상대방의 관점이 바로 당신의 진면목이다.



로마 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한 혁신 기술자가 깨지지 않는 유리를 발명했다. 큰 상을 기대하며 황제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랬더니 갑자기 “저놈을 죽도록 패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그 황제는 깨지는 유리 공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사업이 타격을 받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왕이 모든 국민에게 자수를 놓은 모자를 쓰도록 했다. 한 발명가가 대량생산 방적기를 여왕에게 보고했다. 여왕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수놓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거지가 될 텐데.” 상대방의 능력을 알아야 지피(知彼)한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상대방의 관점을 알아야 상대방의 이익을 알 수 있다.

산신령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지지리 궁상 못난 남편 만나서 평생 고생만 하던 부인은 비단 100필만 달라고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기왕이면 1,000필을 달라고 하지. 아 왜 하필 100필만 달라고 그래” 하며 빈정댄다. 부인 왈 “1,000필이 생기면 당신이 딴 살림 차릴걸.” 한비자에 나오는 말이다. 일심동체가 다른 관점에서 자신들의 관계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조직도 마찬가지다. “자네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부하들의 관점을 물어보라. 물론 자신의 상관의 관점도 이해하라. 그리고 그 관점을 서로 공유하라.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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