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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SK, LG 기밀 22개 침해"···LG "합의금은 지분도 가능"

■미 ITC, 최종판결 의견서 공개

LG "SK, ITC 판결 인정해야

합의 안된다면 원칙대로 간다"

SK "실체적 검증 없어" 반발

바이든 거부권 행사 유도 총력





4일(현지 시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에 전기차 배터리 10년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영업 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 의견서를 공개했다. 지난달 10일 최종 판결 때 ITC는 영업 비밀을 침해 당했다고 주장한 LG에너지솔루션 손을 들어줬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ITC는 의견서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 비밀 22개를 침해했다”면서 “LG 영업 비밀이 아니었다면 SK는 10년간 해당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주장하는 영업 비밀의 실체를 검증하지 않았다”며 “(증거인멸이라는) 절차적 흠결을 근거로 한 판결이고 이는 여러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ITC 판결을 정면 부정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수입 금지 조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ITC 판결에 흠결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美 ITC “SK, LG의 22개 영업비밀 침해”




ITC는 의견서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22개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ITC는 “SK가 LG로부터 획득한 22개 영업 비밀이 없었다면 10년 내 해당 영업 비밀상의 기술을 독자 개발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SK가 LG의 영업 비밀 기술을 10년 내에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8년 수주한 폭스바겐 건도 언급했다. ITC는 “SK가 LG의 가격 정보를 포함한 사업상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SK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저가 입찰을 해 수주를 따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서 관리자가 “‘L’ 회사에서 가져온 문서를 숨기거나 없애라. e메일도 저장하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의견서에 담겼다. ITC는 “증거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부서장들에 의해 전사적으로 수행됐다”고 명시했다.




LG에너지 “합의금 근접하면 방식은 유연”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오후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고 “ITC는 조사·판단하는 권한을 가진 사실상 법원의 역할을 하는 미국 정부 기관”이라며 “ITC가 약 2년에 걸쳐 조사와 의견 청취를 거쳐 공익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을 SK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0일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후 SK이노베이션에 협상을 재개하자고 권유했지만 SK에서 현재까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또한 양사가 제시하는 합의금 차이가 조 원 단위라고 밝혔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SK와의 합의 방식에 대해 “현금이든 지분이든 수년에 걸친 로열티든 상관없다”며 “합의금 총액 수준이 근접하게 되면 SK의 사업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합의하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의가 안 된다면 원칙대로 간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하는 미국 법원의 제재는 ITC의 결정을 넘어서기 때문에 그에 따른 결과는 경쟁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ITC 판결 부정한 SK이노




SK이노베이션은 또다시 반발했다. 특히 ITC가 LG의 기술이 없었으면 10년간 기술 개발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 비밀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SK 측은 “지난 40여 년간 독자 개발을 바탕으로 이미 2011년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ITC 판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수입 금지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TC의 최종 판결을 두고 ‘실체적 검증을 하지 못했다’고 문제 제기를 하며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ITC가 SK이노베이션 고객사인 포드와 폭스바겐에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줘버려 바이든 대통령이 ‘공공의 이익 침해’를 이유로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약화시킨 만큼 ITC 판결의 흠결을 주장해 미 행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 관계자는 “ITC 결정이 내포한 문제점을 적극 소명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력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측 협상 난항 예상




양측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합의의 전제가 돼야 할 ITC 영업 비밀 침해 판결을 SK가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ITC의 최종 의견서까지 공개가 됐는데, SK가 이것을 인정하고 협상에 임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지금이라도 결과를 받아들이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를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 판결은 침해된 영업 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됐다는 것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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