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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퇴직연금 수익률 높인다면서…'디폴트 옵션' 상품에 예금 포함 땐 취지 무색"

'원리금보장형' 비중 76%

日 시장 반면교사 삼아야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오승현 기자




“일본에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바닥을 기면서 퇴직연금 사전 지정 운용 제도(디폴트 옵션)를 도입했으나 적격 상품군에 예금을 포함해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퇴직연금 내 예금 비중이 커지면서 디폴트 옵션 도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합니다.”

나재철(사진)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폴트 옵션 도입 법안과 관련해 은행권에서 디폴트 옵션 적격 상품군에 예금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며 “일본의 선례를 고려해 예금을 적격 투자 상품에 포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디폴트 옵션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어도 금융사가 사전에 투자자와 정한 대로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선정해 운용하는 제도다. DC형 퇴직연금은 연금 가입자가 직접 자산 운용사를 골라 자발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회사가 적립금을 직접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 방식보다 능동적으로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입자가 특별히 “어떤 상품에 투자해달라”고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는 사례가 많아 방치된 채로 저조한 수익률을 보여왔다. 2019년 기준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평균 2.83%에 그쳤다.



최근 정치권이 입법을 통해 디폴트 옵션을 도입함으로써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이유다. 현재 국회에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자산 배분형 상품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금융 상품 △투자 일임형 상품 △뉴딜펀드·리츠를 디폴트 옵션 적격 투자 상품으로 포함하는 법안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과 은행·보험 업계 사이에서는 연금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도 여기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일본 사례를 들어 예금이 포함될 경우 DC형 퇴직연금의 ‘쥐꼬리 수익률’을 개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의 지정 운용 방법 상품 중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6.3%에 달한다. 일본은 그해 5월 디폴트 옵션 제도를 도입했는데 오히려 도입 전인 2017년(70.7%)보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미국의 DC형 퇴직연금 제도인 401K 가입자 중 40%가량이 주식형 펀드에 몰려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회에서는 이번 달 디폴트 옵션 제도 도입 여부를 다시금 논의할 방침이다. 나 회장 역시 “정치권에 꾸준히 도입 취지를 설명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원리금 손실이 우려되면 MMF를 사전에 투자 상품으로 지정하거나 DB형에 가입하면 된다”며 “현재 국내 퇴직연금 중 10~20%를 차지하는 DC형 퇴직연금 안에서 디폴트 옵션을 하자는 건데, 그럼에도 ‘손해가 나면 어떻게 하냐’며 우려하는 의원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폴트 옵션이 있어야 장기적으로 미국 401K처럼 연금제도가 성장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사진=오승현 기자 stor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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