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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 '선거 패배' 위기감에...文대통령, 변창흠 사의 수용

변창흠 국토부 장관 12일 사의 표명

文 "책임지는 모습 보일 수 밖에 없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2·4 대책의 기초 입법 마무리’를 변 장관의 ‘마지막 과제’로 제시하고 사실상 사의를 수용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변 국토부 장관이 오늘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변 장관의 사의에 대해 문 대통령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4·7 재·보궐선거의 판을 흔들만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자 전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변 장관은 투기 사태가 벌어진 당시 LH 사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다만 2·4 대책의 차질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변창흠 장관 주도로 추진하는 공공주도형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 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장관을 일시에 경질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 공급 대책의 틀을 어느 정도 마련한 후에 물러나게끔 한다는 뜻이다.

이날 변 장관의 사의 표명과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변창흠 경질론’에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0일 “대통령께서 경질 언급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간담회에서도 여당 원내지도부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이전과 입장이 같다”고 일축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그러나 4월 재·보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여권 내에서 ‘변창흠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LH 사태가 터진 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야권 후보에 밀리는 형국이 빚어지자 ‘국면 전환용 카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사실상 ‘변 장관을 희생양 삼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변 장관도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청와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한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변창흠 경질론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날(11일) 정 총리는 3기 신도시에 대한 LH·국토교통부 직원의 투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변 장관은 (이번 일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국민의 걱정과 심경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변 장관은 이날 오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실장이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이를 전하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사실상 사의 표명을 받아들인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투기에 대한 조사·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 대책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기초작업은 끝내고 퇴임하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 대책이 진행 중이고 일정이 공개돼 있다”면서 “아마 국민들이 납득하실 수 있는 시점까지의 적절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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