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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해리어' 퇴역 땐 'F-35B'가 유일...러·유럽 등 개발 뛰어들어

[김정욱의 밀톡] 항공선진국, 수직이착륙기 개발 경쟁

활주로 필요없어 공중기동성 원톱

미국이 2011년 개발한 'F-35B'

한국형 경항모에도 탑재 가능성

중국도 다목적 헬기 개발 팔걷어





최근 우리 해군이 경항공모함 건조를 천명하면서 수직이착륙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군이 도입하려는 항공모함은 활주로가 없는 경항모로, 함재기는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2033년 도입을 목표로 하는 해군의 경항모에 탑재될 수직이착륙기는 미국의 F-35B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직이착륙기는 이륙과 착륙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일반 비행체에 비해 출격 준비 시간이 짧아 전장에서 활약이 큰 전력으로 꼽힌다. 이에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 항공 선진국들은 차세대 수직이착륙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는 4월이면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전투기(KF-X)의 시제기 1호기가 출고된다. 현재 우리의 전투기 제작 능력이 아직 미국·영국 등과 비교할 때 뒤처지지만 장기적으로 기술력을 갖추면 한국형 경항모에 한국형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수직이착륙기의 탄생은 71년 전 발발한 6·25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6·25전쟁 참전국들은 산지가 많고 활주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한반도에서 전투기를 운용하는 것에 한계를 실감했다. 이에 참전국인 미국과 영국 등은 활주로가 필요한 수평이착륙 방식의 전투기가 아닌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되면 어디서든 뜨고 내릴 수 있는 수직이착륙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활주로가 필요 없는 전투기가 있다면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어느 전장에서도 전력에 큰 보탬이 되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수직이착륙기 개발에 대해 현실성이 낮다고 판단해 연구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이에 대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6·25전쟁 이후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해 지난 1967년 ‘해리어’라는 수직이착륙기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세계 최초의 수직이착륙기인 해리어는 시험비행 등을 거친 뒤 1969년 영국 해군에 전력화돼 실전 배치됐다. 해리어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활주로 및 별도의 장비 없이도 이륙과 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간적 제약이 적고 출격 준비 시간도 짧아 공중 기동성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영국의 핵심 전력이었던 해리어는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을 두고 격돌한 포클랜드전쟁에서 크게 활약했다. 제대로 된 활주로가 하나도 없었던 포클랜드에 전투기를 배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때 영국은 기동함대에 해리어를 싣고 출격해 포클랜드제도 주변의 제공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포클랜드 탈환 성공의 배경이 된 것이다.

소련(현 러시아)도 수직이착륙기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든 나라다. 소련도 영국처럼 6·25전쟁 당시부터 활주로가 필요 없는 전투기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1957년부터 본격적인 수직이착륙기 개발에 돌입한 소련은 1971년 ‘야코블레프-38(YAK-38)’이라는 수직이착륙기를 개발해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야크-38’이라고도 불리는 이 전투기는 해리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탄생한 수직이착륙 전투기로 소련의 항공모함에 탑재됐다. 해리어와 야크-38은 서구 자유 진영과 동구 공산 진영이 대립했던 냉전 시대에 탄생한 전투기이지만 운명은 달랐다. 해리어는 포클랜드전쟁과 걸프전 등 전장에서 활약하며 지금까지 남아 있으나 야크-38은 이렇다 할 활약상 한번 보여주지 못하고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소련 해군의 항공모함이 다른 나라에 팔리면서 함께 퇴출됐다.

미국이 2011년 개발에 성공한 수직이착륙기 ‘F-35B’는 미국 해병대가 운용하는 해리어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F-35B는 국내에서도 관심이 많은 기종이다. 12년 후 전력화될 예정인 우리 해군의 경항모에 실리는 함재기로 가장 유력한데다 우리나라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되는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 전력 자산이기 때문이다. F-35B는 레이더 등 탐지 기능에 대항하는 은폐 기술인 ‘스텔스’ 기능을 갖춘 게 특징이다. 이 전투기는 현재 미국을 비롯해 영국·이탈리아·네덜란드·일본·싱가포르 등에서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군의 경항모 전력화 시기에 맞춰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더 나아가 경항모 전력화와 상관없이 공군에도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들여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북한의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방사포 때문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은 방사포를 이용해 가장 먼저 우리 공군의 활주로를 공격해 전투기가 출격하지 못하도록 묶어놓을 것”이라며 “북한의 방사포를 막을 수 있는 방공망 구축도 중요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대비해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현존하는 전투기 가운데 수직이착륙기는 해리어와 F-35B뿐이다. 해리어는 현재 퇴역 수순을 밟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F-35B가 유일한 수직이착륙 전투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각 나라들은 수직이착륙기 개발의 개념을 헬기로 확대하고 있다. 헬기는 수직이착륙 비행체의 대표 주자 격이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개발에 몰두하는 미국·영국 등 항공 선진국들은 ‘헬기’를 ‘차세대 수직이착륙기’라고 표현한다. 항공 선진국들은 공격과 수송 등을 함께할 수 있는 최신형 다목적 헬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 대표는 “헬기는 속도와 수송·공격 능력 등이 중요한데 이를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개념으로 헬기를 차세대 수직이착륙기라고 표현한다”며 “공군의 수송기인 C130의 경우 100명 가까이 태울 수 있는데 이보다 더 발전된 비행체를 만드는 게 차세대 수직이착륙기 개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헬기의 평균 항속거리가 300㎞ 내외이고 평균속도는 시속 200㎞가량에 불과한 상황에서 항속거리와 속도를 높인 것이 차세대 미래 헬기 개발 사업의 지향점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헬기 탑승 인원이 10명 내외인 기존 헬기의 한계를 최대한 늘리는 것 역시 미래형 헬기의 모습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은 ‘미래 수직이착륙기(Future Vertical Lift·FVL)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다목적 헬기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이미 국방부에 ‘수직이착륙 합동 프로그램 사무국’도 신설했다. 미국은 FVL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최장 40년간 헬기 전력에 집중 투자해 현재 보유한 육군의 AH-64, UH-60, CH-47 헬기, 해군의 MH-60, MH-53 헬기, 해병대의 AH-1, UH-1, CH-53 헬기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헬기를 개발해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영국·프랑스·독일·그리스·이탈리아 5개국이 공동으로 ‘수직이착륙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직이착륙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럽 5개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운용하는 헬기들 가운데 1,000여 대가 2045년 이전에 퇴역할 것으로 보고 공격과 수송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헬기를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는 ‘신형 수직이착륙기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최대 24명이 탑승하고 무장도 갖출 수 있는 수송·공격 헬기를 개발 중이다. 중국은 2015년 스텔스 기능을 갖춘 공격 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중국 역시 항공 강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텔스 헬기 개발 계획이 전혀 무리는 아닐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우리나라의 항공 기술은 아직 초보 단계인 만큼 국내에서 차세대 수직이착륙기 개발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전투기·헬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차세대 수직이착륙기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는 것도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최현호 국방칼럼니스트는 “무기 체계는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발전이 필요한 만큼 수직이착륙기 개발 역시 계속 진보하고 있고 또 개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개발한 전투기와 헬기보다 더 높은 수준을 군이 요구할 것이고 정부와 항공 관련 기업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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