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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공수처 설립 취지 '김학의 사건'으로 흔들었다[서초동 야단법석]

김진욱 공수처장 "공정성 담보 위해 사건 檢 재이첩"

박범계 장관, 바로 김학의 수사팀 핵심검사 2명 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주최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수사팀의 핵심 검사 2명을 빼 논란이다. 2명 검사의 한 달 파견 기간이 끝나자 법무부가 파견 연장을 안 해준 것이다. 이로써 김학의 사건 수사는 뭉개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내에서는 법무부가 수사를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과 마찬가지라는 반발이 나온다.

특히 이로써 법무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전날 12일 사건 이첩 결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정성을 최대한 담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법무부의 파견 불허 조치로 공정성 논란이 크게 일면서 김 처장의 결정이 결과론적으로 실패한 결정이 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설립에 공을 들여온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가 이번 일로 정작 공수처 설립 취지를 흔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공수처의 결정에 법무부가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이라 양측이 처음으로 대치 관계에 돌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수처 ‘공정성’ 강조하자마자…법무부 ‘수사팀 축소’ 방침


공수처가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의 핵심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 의혹이다. 2019년 3월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못했다는 사실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하려 했는데 이성윤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이다. 또 이 과정에서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 소속 이규원 검사가 가짜 사건번호를 만들어 위법한 절차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 시켰다는 의혹도 있다.

김 처장은 사건을 재이첩 하기로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이 ‘공정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취재진을 만나 “수사는 공정해야 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설립 초기 공수처가 수사팀 구성을 위해 3~4주를 소요하면서 동시에 이 사건을 수사하면 자칫 공수처 수사에 대해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거나 이로 인해 수사 공백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달 안팎 시간 동안 공수처가 이 사건 수사에 속도내지 못할 경우 ‘뭉개기’나 ‘봐주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는 점을 말한 것이다.

김 처장이 이처럼 공수처가 공정해 보여야 한다는 것을 최우선 잣대로 삼은 것은 그만큼 공수처가 출범 초기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와 정치권, 나아가 국민들이 공수처가 공정성이 없다고 보면 공수처는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고, 공수처가 신뢰를 잃으면 자리를 잡기가 어려워진다는 문제 의식이다.

12일 김 처장의 결정으로 김학의 사건 이첩이 예정되면서 이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의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정성을 지켰다는 점, 그리고 검찰은 막판 수사에 힘을 싣고 진실 규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양쪽이 득을 챙기는 ‘윈윈’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기 안양시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을 방문하고 발언하고 있다.박 장관은 이날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 2명 파견 연장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법무부가 정작 수사팀의 인원을 사실상 절반으로 줄이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법무부는 이달 14일까지였던 임세진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장의 파견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았다. 또 수사팀 소속 평검사 김모 검사의 파견 연장도 불허했다. 이로써 수사팀은 이정섭 부장검사와 평검사 2명만 남게 됐다.

임 부장검사와 김 검사는 수사팀 핵심 인력이었다. 임 부장검사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수사를 주로 맡으며 차 본부장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실무를 맡았다. 김 검사는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를 주로 맡았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1개월 이내 파견은 검찰총장 승인이 있으면 되나 1개월 이상 파견은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법무부에서는 파견을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어떤 입장을 내더라도 공정성 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는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중앙지검장을 엄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법무부는 이로써 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흔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처장이 12일 강조했듯이 수사의 공정성을 최대한 살리는 취지에서 검찰에 재이첩을 했다면, 법무부가 수사팀을 축소하면서 그 취지가 결과적으로 퇴색돼서다. 공수처 설립 취지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담보 받은 공수처가 공정성 논란이 있는 사건에 대해 직접수사 또는 수사기관 이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법 취지를 살리려면 법무부와 수사기관 등은 공수처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고 따라야 한다. 박범계 장관은 그러지 않은 셈이다.

이첩했다가 법취지, 공정성 확보 다 실패…존재감 드러낼 기회 찾을까


거꾸로 보면 공수처가 검찰과 법무부에 공을 넘긴 행동이 결과적으로 공수처법 취지를 훼손했다는 시각도 가능하다. 법무부가 수사팀 축소 조치를 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어도 결과론적으로는 실패를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공수처법 23조 1항은 공수처장이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사건을 수사의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에 비춰 직접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이첩을 요구하고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또 24조 3항은 처장은 사건 내용과 규모에 비춰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길 수 있다고 돼 있다.

두 조항을 토대로 해석하면 공수처법의 대원칙은 ‘공수처장은 어느 수사기관에서 사건을 맡든 공정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수처는 공수처가 검사 혐의의 경우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공수처법 취지도 살리지 못하고 공정성도 못 살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공수처가 검찰에 이 사건 수사를 마무리 하면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이다. 공수처는 전날 해당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도 발송했다.

공수처는 아직 이와 관련한 규정이 정해진 바는 없어 ‘바란다’는 표현을 쓴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는 3자 협의체를 만들고 내주 중에 사건 이첩 세부 기준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이 자리에서 공수처가 보낸 공문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가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은 전날 김 처장이 “공수처 검사 선발이 완료되면 다시 사건을 재이첩 할 여지가 있다”고 말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검사들이 없다는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넘긴 것이지만, 검사들이 채워져 여건이 될 경우 공수처법에 따라 사건을 다시 가져와 기소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가 검사와 판사에 한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도록 했다. 만약 공수처가 검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고 이 지검장과 이 검사 등을 기소하기로 결정하면 법무부의 이번 압력 행사를 바로잡는 그림이 만들어지면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반면 기소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와 검찰의 관계도 갈등의 관계로 접어들 수 있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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