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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두고 월남한 恨…KAIST 200억 기부로 달래다

90대 실향민 장성완 삼성브러쉬 회장 부부

10대 때 내려와 밤새우며 일해

가내수공업 출발…브러쉬 수출

90년대 사업 키우고 '환원' 눈떠

"어머니 어렵게 사신 것 평생 한

과학인재 양성, 부국 만들어야"

정성완(왼쪽) 삼성브러쉬 회장과 부인 안하옥 여사가 KAIST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KAIST




“실향민 출신으로 참 어렵게 기업을 일궜는데 우리나라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해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18세에 월남해 힘들게 모은 돈 200억 원(부동산)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쾌척한 장성완(92) 삼성브러쉬 회장은 14일 비서를 통해 서울경제에 “이북에서 어렵게 사시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우리나라가 부강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인재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장 회장은 황해도 남촌이 고향으로 해방 공간에서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를 남겨둔 채 남매들과 함께 월남했다가 평생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 한을 간직하고 있다. 7남매 중 셋째인 그는 월남 이후 부인 안하옥(90) 씨를 만났고 부부가 같이 밤새워 가내수공업을 하는 등 악착같이 일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도 커 독학으로 대학원까지 마치기도 했다. 무역업에도 뛰어들어 기반을 마련한 뒤 화장품 브러시 제조사(삼성브러쉬)를 창업했고 지난 1990년대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재산을 일궜다.

장 회장은 “화장품 브러시, 거품 애플리케이터, 거울, 빗, 주입용기 등 48년 이상 연구개발(R&D)과 생산을 해왔다”며 “1992년 중국에 처음으로 진출하고 1995년에 중국 톈진에 두 번째 공장을 설립했다. 현재 에스티로더와 샤넬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 회장은 10여 년 전 뇌경색이 온 뒤 타인과 대화를 전혀 나누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다. 이후 많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말이 어눌하고 귀가 잘 안 들려 대화에 애로가 적지 않다. 아들에게 삼성브러쉬 경영권을 물려줬으나 먼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현재는 며느리에게 맡긴 상태다.

장 회장 부부는 이번에 KAIST에 서울 강남의 부동산(논현동 580㎡ 대지 위의 지상 6층, 지하 2층 빌딩)을 기부할 때 후손들에게 명확하게 사회 공헌 방침을 밝히고 동의를 구했다. 장 회장은 “어느 정도 재산을 모으고 나니 부부간에 어려운 사람을 돕자고 자연스레 뜻을 모으게 됐다”며 “여러 기부처를 놓고 고민했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가장 보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안 여사는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어서 아주 즐겁고 행복하다”며 “과학기술 발전에 보탬이 되어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거들었다.

앞서 장 회장 부부의 기부 결정에는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KAIST에 350억 원을 내놓은 이웃 김병호·김삼열 전 서전농원 대표 부부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전북 부안군 보안면이 고향인 김 회장은 1957년 무작정 상경해 술집에서 일하며 종잣돈을 모아 자동차 부품 가게, 미제 통조림 판매업, 버스 운수업, 부동산 임대업, 농원 등 산전수전을 겪으며 힘들게 돈을 모아 KAIST에 기부했다. KAIST는 이 돈으로 ‘김병호·김삼열 IT융합센터’를 지었다.

장 회장은 “이웃인 김 회장 부부의 기부를 눈여겨보고 있었다”며 “이광형 KAIST 총장의 비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부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장 회장 부부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세계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화답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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