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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인력 찾는다더니...'단기 인턴' 더 늘린 공공기관

본지, 올 채용공고 전수 분석

'채용형' 인턴은 670여명 그치고

'체험형'이 4,880여명, 7배 많아

약속과 달리 '단기 알바'만 양산

文정부 들어 격차 갈수록 벌어져

사진=이미지투데이




올해 공공기관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채용을 진행 중인 ‘체험형 인턴’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채용형 인턴’ 보다 무려 7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청년 실업률에 양질의 일자리를 약속하며 “새해는 분명히 다른 해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최저임금 수준의 계약기간 수개월짜리 단기 알바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공공기관 채용정보 시스템인 잡알리오에서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올라온 공공기관 채용 공고를 전수분석한 결과 체험형 청년인턴 채용 규모는 4,880여 명으로 분석됐다. 반면 업무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채용형 청년인턴의 채용 규모는 670여 명에 불과했다. 체험형 청년 인턴은 공공기관이 채용 예정인 전체 인턴 중 88%에 달했다. 채용 공고도 체험형 인턴 관련 공고는 243건인 반면 채용형 인턴은 52건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났다.

체험형 인턴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전체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부설기관 등 전체 공공부문 360곳에서 모집한 체험형 인턴은 2017년 1만 420명에서 2018년 1만 6,148명으로 55% 급증한 이후 2019년 1만 6,751명, 2020년 1만 7,008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반면 채용형 인턴은 2017년 6,394명, 2018년 6,638명에서 2019년 4,781명, 2020년 3,910명으로 급감했다. 체험형과 채용형 인턴의 격차도 2017년 1.6배에서 2018년 2.4배, 2019년 3.5배, 2020년 4.4배 등으로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체험형 인턴은 흔히 한번 쓰고 버리는 인턴이라고 해서 ‘일회용 티슈 인턴’으로 불린다. 공공기관들은 관련 채용 공고에 “우수한 인재를 찾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취업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복사만 한다” “하는 일이 업무와 완전 다른 일이다” 등 단순 업무에 그친다는 경험 글이 다수다. 이 밖에 “정말 일만 체험하고 추가 수당은 체험을 못한다” “실업급여 받고 공부하는 게 더 낫다” 등의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극심한 청년 실업난이 지속되면서 청년들은 최저임금 수준을 주는 단기 일자리에 대거 몰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잡알리오 채용 공고를 보면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상반기 총 900명 규모로 뽑는 체험형 청년인턴의 경쟁률은 10대 1을 넘어섰다. 3개월 체험형 인턴에 월 보수는 최저임금 수준인 185만 원임에도 9,151명의 지원자가 지원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공채 지원시 서류전형에서 3~5%의 가산점을 받는 혜택이 있지만 정규직이 되려면 공채 전형을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의 2개월 짜리 체험형 청년인턴 일반 행정사무직도 월 211만 원의 보수에 정규직 채용시 가점 우대는 ‘근무성적 우수자’로 한정했지만 3명 채용에 무려 235명이 지원했다. 78대 1의 경쟁률이다. 이 밖에도 한국문화정보원은 월 195만 원에 5개월 짜리 문화데이터사업 업무지원 체험형 인턴 2명을 뽑는데 55명이 지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 상암검사소 사무보조 5개월짜리 청년 체험형 인턴 채용 공고에도 1명 채용에 36명이 지원했다.

채용형 인턴과 정규직·무기계약직 등을 ‘좋은 일자리’로, 체험형 인턴과 비정규직을 ‘좋지 않은 일자리’로 묶어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2017년 2만 2,000명 수준이던 공공기관 일반 정규직 신규채용은 2018년과 2019년 3만 3,000명 대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2만 7,000명 대 수준으로 18% 가량 급감했다. 무기계약직 신규채용도 2017년 1,600명 대에서 2018년과 2019년 8,700명 대로 5배 넘게 급증했다가 지난해 7,300명대로 채용 규모가 줄었다.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알리오에 올라온 정규직, 무기계약직, 채용형 인턴 등 ‘좋은 일자리’의 채용 공고도 765건인 반면 계약이 끝나면 짐을 싸야하는 비정규직과 체험형 인턴 등 ‘안 좋은 일자리’의 채용 공고는 2,634건에 이른다.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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